KB금융 '노동이사' 선임 부결됐지만 노조 공세 더 거세진다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노동조합의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그러나 은행지주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된 오는 3월에는 국민연금공단의 일부 지지를 확인한 KB금융의 전례를 바탕으로 금융권 노조의 경영 참여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임시 주주총회에서 KB국민은행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안건에 올린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대표이사(회장)를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정관변경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KB금융의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지지를 받은 하 변호사 선임 안건은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수 대비 13.73%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국민연금 지분 9.79%와 주주제안 당사자인 우리사주 지분 0.18%를 제외하면 3.76% 정도의 찬성을 더 얻는데 그쳤다. 국민연금조차 반대한 정관 변경 안건은 주주제안 당사자인 노조가 현장에서 철회해 표결이 진행되지 않았다.

노조의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된 것은 노조가 경영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데 대한 주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주주는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노조와 다른 주주의 형평성 문제도 있는데 노조가 너무 나선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날 결과에 오히려 고무된 표정이었다. 7개 은행지주사 가운데 5개사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노조의 ‘우군’임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노조가 정관변경 안건을 스스로 철회한 것 역시 ‘전략적 후퇴’로 풀이된다.


노조가 이날 올린 안건은 대표이사를 이사회 내 6개 소위원회(리스크관리·평가보상·사외이사후보추천·감사위원후보추천·지배구조·감사위원회) 모두에서 배제하는 내용이지만 내년 3월 주총 때는 국민연금의 뜻을 반영해 대표이사를 배제하는 소위원회를 줄여 다시 주총 안건으로 제안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국민연금이 대표이사를 지배구조위원회에서 배제하는데 대해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주주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반대 이유를 밝힌 반면 소위원회 일부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막는 것은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며 “내년 주총에 이를 반영해 정관 개정안을 수정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노조는 6개 소위원회 중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등의 인사를 담당하는 지배위원회에는 회장 참여를 막지 않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에서는 배제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KB금융의 전례를 바탕으로 내년 3월 주총에서는 금융권 노조의 주주제안 공세가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KB금융 외에도 신한·하나·BNK·DGB금융지주의 단일 최대주주며 적게는 의결권 있는 지분 8%대, 많게는 12%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도 2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 금융사 노조들이 KB금융 주총에서 드러난 국민연금의 판단을 ‘가이드라인’ 삼아 경영진 권한 축소, 사외이사 추천 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이날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찬성한데 대해 “사외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뿐 추천의 주체(노조)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 주주제안 안건 중 정관 변경 안건은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판단을 맡긴 반면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