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앱, 택시 생존 위협" 택시 기사들이 뿔났다

21일 오전 11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가 카풀앱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기자회견을 여는 4개 단체 대표들의 모습 /사진= 유승목 기자

출퇴근 차량공유(카풀) 서비스 확대에 반발한 택시 기사들이 서울시청 앞에 모였다. 최근 서비스 시간을 확대한 카풀 앱(애플리케이션)이 불법 유상운송 영업행위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불법 서비스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주장이다.

21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4개 단체가 서울시청 앞에서 '카풀앱 불법유상운송 알선 근절 결의대회'를 열었다. 단체 소속 택시기사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 단체는 "2년 전 국내에서 철수한 우버(차량공유앱)와 별 차이가 없는 업체 '풀러스' '럭시' 등이 카풀 조항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며 이를 택시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2의 우버 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풀러스, 럭시 등의 업체는 불법 유상운송 알선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은 해당 업체들의 불법 유상운송 알선행위를 강력 단속할 것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취약한 부분을 즉각 개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카풀 앱 풀러스는 이달 6일 '출퇴근 시간선택제'를 도입해 평일 오전 5시부터 11시,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만 중개할 수 있었던 서비스를 사실상 24시간 이용할 수 있게 바꿨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경찰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현재 국내법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동안 자가용을 이용한 운송영업행위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11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가 카풀앱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에 모인 택시기사들의 모습 /사진= 유승목기자

강진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본부 의장(56)은 "공유경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택시기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카풀앱의 배후에는 대기업들의 투자가 있고 서민들이 종사하는 택시업계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와 국토부 등은 택시업계와 카풀앱의 공존을 위한 방안이나 영세 택시업계를 보호할 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영업을 포기하고 집회에 참가한 이경준씨(59)는 "카풀앱 서비스로 택시 산업이 고사에 빠질 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택시기사 정홍섭씨(64)는 "생존을 위협하던 우버를 몰아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참담하다"며 "카풀앱은 세금도 내지 않고 기사가 신원 보증도 없고 교육도 받지 않은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22일 예정했던 카풀서비스 관련 범사회적 토론회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관련 입장을 설명해 줄 토론자들이 불참의사를 전해 토론회 개최가 의미 없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논란 중심에 선 풀러스는 유연근무제가 활성화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해외는 적극적 차량 공유 서비스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데 과도한 규제로 IT(정보기술)업계와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