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과세 내년 시행…개신교 목회활동비 '비과세'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정부가 개신교의 목회활동비와 불교의 수행지원비 등 종교활동에 쓰는 돈은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했다. 또 종교 활동 비용만 기록했다면 해당 장부는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30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정부는 이 시행령을 토대로 예정대로 내년 1월1일 종교인과세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은 소득세법에서 규정한 종교인 과세를 구체화했다. 정부는 종교단체 면담 등을 거쳐 보완방안을 마련, 이번 시행령에 반영했다.

먼저 과세 대상이 명확해졌다.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종교 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은 종교활동비에는 과세를 하지 않는다.

종교활동비는 종교단체의 규약이나 종교단체의 의결기구의 의결·승인 등으로 결정된 기준에 따라 받은 것으로 한정된다. 개신교의 목회활동비와 불교의 수행지원비, 천주교의 성무활동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종의 판공비 성격이다.

종교인 소득의 범위는 종교인이 소속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으로 한정했다. 지금은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으로 규정돼 있다. 법인이 아닌 종교단체 소속 종교인도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종교인들이 우려했던 세무조사 문제는 범위와 절차가 다시 정해졌다. 종교인 소득과 관련한 세무조사가 종교인 소득회계에 한정될 수 있도록 종교단체회계와 종교인회계를 구분해 기록·관리토록 하는 선언적 규정을 마련했다.

특히 종교활동에 지출하는 비용을 구분해 기록·관리한 장부는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질문·조사권을 행사하기 전 자기시정의 기회도 준다. 악의적인 제보나 투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 밖에 종교단체의 월별 원천징수액을 간편하게 계산할 수 있도록 종교인 소득 간이세액표를 제공한다. 간이세액표는 종교단체가 매월 지급하는 종교인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을 나타낸 표다.

예를 들어 본인과 배우자, 20세 이하의 자녀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구는 월 지급액이 417만원일 경우 원천징수세액이 월 5만730원이다. 1인 가구는 지급액이 같을 경우 16만3230원이다.

이 밖에 국회 세법개정이 필요한 종교인 소득의 근로·자녀장려금 적용 방안, 시행 초기 가산세 2년간 면제 방안 등도 추진한다. 이번 보완방안이 종교계의 요구를 상당수 반영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반발은 줄어들 전망이다.

보수 개신교 연합 단체로 구성된 한국교회와종교간협력을위한특별위원회(종교인과세TF)는 이날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새 에덴교회(소강석 목사)에서 이같은 시행령 설명을 듣고 "개신교의 요구가 상당수 반영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국회에서 결정됐다. 당시 시행일이 2018년 1월1일로 정해졌다. 하지만 일부 종교단체는 종교인과세의 보완과 유예를 주장했다. 정부는 보완방안 외에도 종교계 간담회를 추가로 개최해 연내 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 시행할 종교인과세를 차질 없도록 준비하는 게 정부로서 할 일"이라며 "입법예고 기간 중에도 종교단체와 협의해 반영할 부분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