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 아닌 지옥" 지하철 9호선 노조 파업 집회

11월 30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9호선운영노조가 서울시청 앞에 모여 부분파업 출정식 집회를 열었다./사진=유승목 기자

서울 지하철 9호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며 서울시청 앞에 모였다. 열악한 근로환경을 알리고 휴식보장 등 개선안을 회사에 요구하기 위해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9호선운영노조가 30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연 총파업 출정식에 조합원 약 350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파업을 지원하는 다른 민주노총 관계자 100여명도 함께 했다.


서울9호선운영노조는 이날 출정식 결의문에서 "9호선은 1~8호선과 똑같은 일을 하지만 효율이란 미명 아래 민영으로 출발해 노동 착취를 당했다"며 "9년 동안 9호선은 시민에게 지옥철임과 동시에 노동자에게도 지옥이었다"고 파업 이유를 밝혔다.

올해 1월 설립된 9호선 노조는 현재 지하철 9호선(개화역-신논현역)을 운영하는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와 16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기존 3조2교대에서 5조3교대로 변경하도록 인력확충 △다른 공공지하철 기관에 준하는 휴식보장 △1인 역사를 없애고 2인1조 보장 등을 요구했다.

박기범 노조위원장은 이날 연단에 올라와 "파업으로 시민에게 끼치는 불편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새벽 3시에 일어나 졸며 운전하고 밤새워 일한 뒤 당일 저녁에 다시 출근해왔는데 이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9호선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여한 9호선 기술업무 담당 조모씨(44)는 "다른 지하철(1~8호선)에 비해 인원이 너무 부족하다"며 "2인 1조로 할 일을 1명이 하는데, 회사는 이걸 알면서도 일 처리 수준만 지적한다"고 말했다. 야간 쉼터와 식사 장소도 마땅치 않고 밤샘 근무 때는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11월 30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9호선운영노조가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투쟁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노조는 이날 출근 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정상 운행을 하고 퇴근 시간인 오후 5시부터 7시까진 85%, 그리고 나머지 시간대는 50%만 차량을 운행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회사 측은 필수유지인력에 더해 대체인력 투입 등 비상수송 계획으로 모든 시간대에 열차를 정상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은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조정법에 따른 필수유지 공익사업장으로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은 유지해야 한다.

파업 집회를 바라본 시민들은 불편을 겪지만 파업 이유에는 대체로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매일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 심모씨(25)는 "파업 때문에 지하철을 탈 수 없을 것 같아 택시를 탔다"며 "많이 불편하지만 지하철 사고 같은 경우는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기에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업 첫날인 이날 오전에는 열차고장, 열차지연 등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오전 출근 시간대에 김포공항역에서 두 차례 출입문이 고장 나 열차가 차량기지로 회송되며 운행시간이 지연됐다. 9호선 관계자는 출입문 고장은 오늘 노동조합 파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날 시작한 9호선 노조 부분파업과 집회는 12월 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