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민국 열광한 책은…'페미니즘' '힐링' 그리고

/사진=뉴스1

2017년은 지난해 말 불거진 국정농단 사건을 시작으로 대통령 탄핵, 조기대선, 새정부 출범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들로 숨가쁜 한 해였다. 국민들은 사회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놀랐다가 분노했고 이내 새 시대를 염원하며 힘을 모았다. 이 같은 움직임이 출판시장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문화적으로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여전했고 숨가쁜 사회변화에 지쳤는지 힐링(치유)도 주요한 키워드로 작동했다.

◇ 정치분야 책 판매 급증…문재인 저서 '베스트셀러'


5일 교보문고와 온라인서점 예스24, 인터파크도서 등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두드러진 판매 증가를 보인 도서 분야는 정치사회다. 예스24 집계 기준 올 한 해 이 분야 도서 판매권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6% 늘었다. 그 중에서도 정치비평, 한국사회비평 도서 판매의 신장률이 68.6%에 달했다. 지난해 13.5%의 신장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오름세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며 정치에 무심했던 국민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국민 스스로 국가의 역할과 정의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일었다.

이에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말하는 '국세청은 정의로운가', MBC해직기자 이용마의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등이 잇달아 출간됐다.


새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도 출판계를 달궜다.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팬덤문화로 확대되면서 문재인 대통령 관련 서적이 인기를 끌었다. 문 대통령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 '대한민국이 묻는다' '운명에서 희망으로'가 2017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기록했다. 예스24에 따르면 특별판으로 재출간된 '문재인의 운명'은 현직 대통령 자서전 최초로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뒤 4주간 1위 자리를 지켰다. 문 대통령이 커버스토리로 실린 시사주간지 '타임'의 아시아판은 1분당 42권이 팔리며 역대 가장 빠른 판매량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이 여름 휴가 중 읽은 '명견만리'는 대통령 추천도서로 공개된 지 3일만에 4210권이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우리사회 일그러진 모습 바로보기…페미니즘 책 출간 2배↑

새정부가 내건 '적폐청산' 기조와 아울러 사회 곳곳에 은폐된 부조리를 바로 보려는 움직임이 출판계에도 이어졌다. 특히 페미니즘 도서의 신장이 두드러졌다. 결혼, 취업, 경력단절, 독박육아 등 현대 한국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을 통찰력으로 풀어낸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여성작가 7인이 모여 펴낸 단편소설 모음집 '현남오빠에게', 대표적인 페미니즘 작가 레베카 솔닛의 신작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가 주목을 받았다. 그간 페미니즘 관련서를 포함한 여성학 분야 도서의 출간종수는 매년 평균 30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2배가 넘는 78종이 출간됐다.

◇ 베스트셀러 1~3위 키워드는 '치유'…사회에 지친 마음 다독여

독자들은 혼란스러운 사회에 지친 마음을 달래려는 듯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책들을 찾았다.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100권 가운데 심리 치유서는 8권을 차지했다. 대표적으로 1위에 오른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는 지난해 8월 출간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SNS상에서 화제를 모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라 꾸준한 인기를 보였다. 최근 3개월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41.8% 증가하는 기록을 세우며 위력을 과시했다.

이밖에도 종합 베스트셀러 3위를 차지한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을 비롯해 '센서티브'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나는 나처럼 살기로 했다' 등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다독이는 책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