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EU, '이혼합의' 서명…2단계 통상 협상 진입(종합)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1단계 협상을 마무리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협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마침내 '이혼합의'를 이뤘다. 이로써 양측은 2019년 3월로 예정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무역·안보 관계 등을 설정하기 위한 2단계 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아침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영국이 EU에 내야 할 이혼합의금, 영국과 EU 회원국에 살고 있는 상대방 국민의 시민권 보장,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국경 문제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경과보고서'에 서명했다.


브렉시트 1차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영국과 EU는 오는 1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EU 27개국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통상 분야 협상을 시작할 전망이다.

영국과 EU는 지난 주말 이혼합의금, 시민권 유지 등 주요 이슈에 대해 합의를 이루고 이번 주 초 '이혼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영국의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가운데 하나인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최종 타결이 연기됐다. 영국의 일부로 함께 EU에서 탈퇴하길 원하는 북아일랜드가 탈퇴 이후에도 지금처럼 아일랜드와 '느슨한' 형태의 국경 유지를 원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영국은 이날까지 1차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브렉시트 2차 협상 시작 시기가 다음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내년 3월까지 밀릴 수 있어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문제 해결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메이 총리는 결국 북아일랜드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동시에 아일랜드와 비교적 자유로운 왕래도 보장하는 방법으로 협의를 끌어냈다.


영국과 EU의 이번 합의에는 영국이 EU에 지불할 '이혼합의금'도 포함됐다. 이혼합의금은 영국이 EU를 탈퇴해도 회원국으로서 이미 약속한 예산분담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다만 정확한 합의금 규모는 명시하지 않았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은 그동안 이혼합의금 규모를 400억~450억 유로로 추산했지만 EU는 550억 유로 수준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혼합의금 규모가 555억~655억 유로가량이 될 것이라는 게 FT의 설명이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메이 총리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매우 어려운 협상이었지만 양측이 모두 타협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결국 타결됐다"면서도 "큰 진전이기는 하지만, 완전한 '이혼'을 위해서는 아직 협상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향후 협상이 이혼 절차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시한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비준 일정을 감안하면 협상이 내년 말에는 마무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지난 9월 2019년 3월 이후 약 2년간의 유예기가 필요하다고 EU에 제안했다. 브렉시트 이후 2년간 기존 체제를 유지하며 영국의 EU 단일시장 접근을 위한 경제·무역협정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독일과 프랑스는 이혼합의금 등에 대한 합의를 선행조건으로 내세워 메이 총리의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1차 협상 타결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2년 유예' 제안이 되살아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