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격 당한 변호사업계…세무업무 탈환 위한 반격 나서

천정환 대한변호사협회 사업이사(왼쪽부터), 이장희 사무총장, 김현 회장, 이호일 윤리이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격 폐지 법안(세무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현실화됨에 따라 변호사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를 중심으로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투쟁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우선 변협은 22일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변협 집행부는 이날을 '전국 변호사 임시휴업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전체 변호사들에게 공지했다. 아울러 법원·검찰청·경찰청에는 변호사 임시휴업을 위한 협조공문을 발송할 예정임을 알렸다.


애초 13일로 공지됐으나 전국 변호사들과 25개 로스쿨 학생들까지 동원하는 대규모 행사로 확대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대규모 궐기대회+헌법소원+세무사법 재개정 추진

법률전문가라는 직역에 어울리는 법적 해결방법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통과된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과 별도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헌법재판소에는 이미 변호사가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 하도록 한 세무사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해당 심판에 대한 결정 내용이 어떻게 나오든 의미없어졌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변협은 오히려 추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생각이다. 변협은 세무 분야도 변호사 고유 업무인 법률 사무에 속한다는 입장에서 이번 개정안이 위헌적이란 입장이다. 변호사가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하고 세무대리업무를 하지 못 하게 돼 있는 현행 규정은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는 게 변협 견해다.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 차선책도 마련 중이다. 세무사법이 그대로 개정돼 발효되면 앞으로 변호사들은 세무사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변호사업계는 세무사 자격증 유무와 상관없이 세무업무를 변호사들이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무에 대한 교육을 일정 기간 이수한 변호사에게는 관련 업무를 맡길 수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변호사들의 법률사무 업무에 세무·변리·부동산중개 등이 모두 포함된다는 게 변호사업계의 일관된 논리다.

교육이수를 조건으로 변호사들이 인접 분야를 맡는 방식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의 변리사 업무도 올해부터는 변리사회에서 주관하는 실무수습을 거친 뒤에야 가능하다. 지난 2015년 말 변리사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부터 시행된 내용이다.변호사와 변리사 간의 오랜 영역다툼의 결과물이었다.

변호사업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세무를 전면 차단당하는 것보다는 변리사 자격연수와 같이 실무수습을 전제로 계속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선 또 다른 세무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세무사법에 변호사들의 실무수습 요건과 세무담당 근거를 구체화시켜야 한다.


◇변협, 국회 전담 변호사 채용나서


그래서인지 변협은 국회 ‘대관’ 전담 변호사를 모집하는 공고를 변협 취업정보센터에 직접 올렸다. 채용공고는 세무사법이 통과한 지난 8일 오후 바로 게시됐다. 예상못한 세무사법 국회 통과에 일격을 당한 변협 입장에선 그만큼 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변협은 사무국 담당팀과 부협회장 중심으로 국회 업무를 공식적으로 담당해왔다. 현 집행부에선 김현 협회장이 직접 국회업무를 챙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자주 국회에서 목격됐다. 업계에선 협회장이 직접 나섰음에도 세무분야 방어에 실패함에 따라, 앞으로 남아 있는 타 직역과의 충돌에서 국회 대관업무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변호사경력 10년차 이상의 국회대관 경력자를 자격요건으로 내세운 점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란 지적이다. 실무차원의 국회대관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이 극소수기 때문이다. 있더라도 대기업이나 공기관 소속의 로스쿨 세대인 6년차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위 ‘입법컨설팅’을 담당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들도 일부 있지만 법안마련 등 서류작업이 주된 업무다. 국회 '대관'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변협이 원하는 수준의 대관업무를 해 본 변호사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 보좌진으로 변호사들이 대거 진출한 게 19대 국회 시작하면서고 이들을 상대하기위해 대관업무에 변호사가 등장한 게 19대 후반부터라 손에 꼽을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