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오늘 3번째 영장심사…檢 적폐청산 수사 중대기로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검찰의 국정농단·적폐청산 수사가 14일 또한번의 시험대에 오른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상대로 세 번째 청구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정원 수사팀은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급락한 수사동력 되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 전 수석 영장마저 법원의 벽에 가로막히면 전체 수사 스케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영장 발부를 두고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는 법원 역시 세번째로 맞이하는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심사에 큰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 수사팀, 禹 구속으로 수사동력 반전 모색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지난 11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올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이은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다.


최근 일련의 주요 피의자들이 줄줄이 석방되거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긴 국정원 수사팀으로선 특검, 특수본도 실패한 우 전 수석 구속에 성공하면 침체된 수사팀 분위기를 단숨에 반전시킬 수 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부터 최근의 국정원 등 적폐수사에 이르기까지 검찰이 특정인을 상대로 세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우 전 수석이 유일하다. 검찰은 영장 청구에 앞서 지난달 29일과 지난 10일 우 전 수석을 두 차례 피의자신분으로 소환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공무원과 민간인의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또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해 3월 국정원에 '정부 시책에 비판적인 교육감을 상대로 실질적으로 견제가 가능한 내용을 정교하게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국정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사의 교육청 발탁, 친교육감 인사의 내부 승진 등을 보고한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해 2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김대중 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냈던 김명자 전 장관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하자 국정원에 과총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민정수석실은 국정원에 과총 회원들의 정치 성향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방조'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26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2.1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法-檢 갈등 분수령…하루 늦춰진 영장심사 '禹 배려' 논란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는 검찰과 법원의 신경전에도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그간 적폐청산 수사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서 법원의 벽에 막혀왔다. 법원에 대한 검찰 내부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김재철 전 MBC 사장,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영장은 기각됐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측근인 조모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석방됐다.

특히 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검찰의 조 사무총장 긴급체포가 위법,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지난달 30일 석방을 결정했다. 검찰의 수사관행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검찰은 전병헌 전 정무수석, 김태효 전 비서관 영장을 기각한 법원을 정면 비판하는 등 날을 세웠다.

검찰의 무조건적인 구속영장 청구 및 불합리한 수사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와 사안의 중대성과 수사내용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이 엇갈리며 법원과 검찰 사이는 얼어붙은 상황이다. 우 전 수석 구속 여부는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의 해빙 또는 분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법원도 이번 영장심사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지난 11일)로부터 이틀 뒤 심사를 해온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우 전 수석을 사흘 만에 심사하는데 대해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법원측은 전 전 수석 영장심사 직후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지만, 공교롭게도 우 전 수석 변호인이 영장심사 날짜를 미뤄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뒤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우병우 배려'라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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