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패싱'…"부처 상충 현안 느는데 장관 눈에 안 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지난해 12월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교육정책 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첫 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교육계에서 이른바 '김상곤 패싱(건너뛰기)'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교육정책 협의과정에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배제되는 듯한 모양새가 종종 목격되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부는 최근 '초등학교 빈 교실의 어린이집 활용'과 초등 1~4학년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학교 의무화 추진'을 놓고도 각각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복지부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게류 중이다.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기까지 교육부와의 충분한 상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부와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복지부 간 조율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이미 지난해 12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부처 간 의견조정을 서두르라고 지시한 사항이다. 이 총리는 "(유휴교실의 어린이집 활용방안은) 청와대 청원으로 들어가 이미 공론화가 됐기때문에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며 "교육부와 복지부를 포함한 관계부처 간 의견 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 총리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 교육부를 질책했다.

초등 1~4학년을 대상으로 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의 방과후학교 의무화 추진 발표도 패싱 논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저출산위는 지난해 12월26일 문 대통령이 참석한 첫 간담회에서 초등 1~4학년들이 일찍 귀가하지 않게 오후 3시까지 방과후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저출산위 관계자는 "학교가 오후 3시까지 저학년을 돌보도록 하겠다"며 "방과후 수업이 잘 정착되면 중장기적으로 정규 수업시간으로 바꾸고 오후 3시 이후는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 형태로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과후학교 의무화 추진과 관련해서도 교육부와 협의는 없었다.

이에 대해 학부모와 교육시민단체들을 강하게 반발했다. 정규교육과정에 따른 공교육이 아닌 방과후 학교를 의무교육으로 하는 것은 방과후학교를 강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저출산위는 논란이 확산하자 보도자료를 통해 "아이들이 안전한 학교에서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초등 돌봄과 방과후학교 연계 강화를 여러 논의 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교육부도 뒤늦게 "초등 1~4학년 오후 3시 방과후학교 의무화는 (저출산위와) 협의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부처 간 상충하는 교육현안에 김 장관이 직접 나서 적극 대처해야 하지만 뒷짐만 지고 있다가 뒤늦게 수습하려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교육현안은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 많다. 각종 교육정책에 대해 적극 나서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부 장관이 제 때 잘 보이질 않는다"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패싱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