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주인공…삼성 'IoT' LG '로봇' 현대 '수소 자율주행차'

삼성 스마트싱스로 달라질 일상을 보여주는 동영상 중 한 장면. /사진제공=삼성전자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집, 룸서비스로 시킨 음료수를 배달하는 로봇, 청정연료 수소로 달리는 자율주행차…'

삼성전자 (78,900원 ▲1,500 +1.94%), LG전자 (97,500원 ▼400 -0.41%), 현대자동차가 오는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 최첨단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다. AI(인공지능)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삼성은 IoT(사물인터넷)에, LG는 로봇에 힘을 실었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대를 넘어선 청정친환경차에 공을 들였다.


◇ "말 한마디로 전등 스위치 켜듯" = 삼성전자가 공개하는 IoT 솔루션은 더 확장하면서도 간단해졌다. 삼성전자 전자제품뿐 아니라 다른 기업 제품까지 간단하게 연결해 음성으로 집안의 모든 제품을 제어하는 새로운 일상에 한발 더 다가선 기술을 선보인다.

제조사마다 유형이 다른 기기를 연결하는 플랫폼 작업이 그동안 IoT 기술의 확산을 늦춘 최대 장애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소해 보이지만 큰 진화다.

주인공은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밝힌 스마트싱스 클라우드 통합 애플리케이션(앱)과 AI 기반 음성인식 플랫폼 '빅스비'다. 앱을 통합해 사용상 혼란이나 번거로움을 줄이고 음성으로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는 물론 자동차 기기까지 제어하겠다는 복안의 결실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지난 5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린 글에서 이를 "전등 스위치를 켜고 끄듯 간편하게"라고 표현했다.

삼성전자는 애플 '시리' 개발자들이 세운 스타트업 비브랩스를 2016년 인수하면서 음성인식 AI 개발에 속도를 냈다. 현재 삼성의 음성인식 AI는 목소리를 구별하는 단계까지 왔다. 목소리의 지문인 성문을 인식해 사람을 구별하는 보안 영역의 기술이 일상으로 넘어온 것이다.

삼성 QLED TV에 적용된 AI 고화질 변환 기술은 영상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콘텐츠 부족으로 기술이 사장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사례로 꼽힐 전망이다. 사실 최근 디스플레이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초고해상도의 8K 디스플레이는 기술적으로 수년 전에 개발됐지만 8K급 영상 콘텐츠가 전무해 사장되다시피한 비극의 기술이다.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 흥행 직후 3D(3차원) TV 바람이 거셌다가 3D 영상 콘텐츠 부족으로 순식간에 사그러든 사례를 떠올리면 비슷하다. 이런 점에서 AI 고화질 변환 기술이 상용화되면 QLED와 OLED의 화질 경쟁과는 전혀 다른 전선에서 삼성이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권을 선점할 수 있는 분기점을 마련할 수 있다.

LG전자가 'CES 2018'에서 새로운 로봇 3종을 선보인다. 왼쪽부터 서빙로봇, 포터로봇, 쇼핑 카트로봇. /사진제공=LG전자

◇ 방에서 주문하면 로봇이 음료수 배달 = LG도 올해를 'AI 가전의 원년'으로 삼아 'CES 2018'을 새로운 AI 브랜드 '씽큐'의 글로벌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전체 전시장(2044㎡)의 3분의 1을 '씽큐존'에 할애, 다양한 AI 제품이 작동하는 일상생활을 제시한다.

새로운 로봇 가전도 선보인다. AI 딥러닝 기술이 적용돼 더 복잡한 명령을 수행하는 제품이다. 서빙로봇과 포터로봇은 복잡한 복도의 장애물을 스스로 피해 호텔 투숙객에게 룸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투숙객의 짐을 운반한다. 체크인과 체크아웃도 로봇을 통해 할 수 있다. 대형슈퍼마켓에서 원하는 상품이 진열된 장소로 안내하는 로봇도 공개한다.

LG전자는 지난해 CES에서도 안내로봇과 청소로봇, 잔디깎이로봇을 선보였다. 안내로봇(5대)과 청소로봇(5대)은 지난해 7~1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실제 서비스를 했다.

로봇강국 일본 소니의 AI 로봇강아지 '아이보'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소니는 오는 11일 일본 출시에 앞서 CES에서 아이보를 공개한다. 파나소닉과 일본 세븐드리머가 합작 출시한 빨래 개는 로봇 '론드로이드'도 관심사다.

전통적으로 'CES의 꽃'으로 불리는 TV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LG디스플레이가 내놓는 롤러블(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초격차 전략의 결실로 평가받는다. '커브드(구부러진)-폴더블-롤러블'로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로드맵에서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폴더블(접을 수 있는) 시대를 건너뛰었다.

롤러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이 2016년과 지난해 CES에서 공개된 적은 있지만 완제품인 TV용은 처음이다. 상용화되면 사실상 홀로그램 시대 직전 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배터리 등 추가 기술이 보완되면 빔 프로젝터 이상의 이동성과 휴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하드웨어 차원에서 차세대 스마트폰 모델로 기대하는 웨어러블폰과도 직결된다.

전자가전쇼의 경계를 허물고 CES의 중앙무대에 오른 자동차업계에선 현대차가 전기차 이후 시대에 대한 야심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레드오션이 된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면서도 경쟁의 격차를 단번에 벌릴 수 있는 차차세대 수소전기차로 언제든 점프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전시장을 찾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