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70弗 내다보는 유가…경제 회복세 찬물 끼얹나

연초 국제유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경제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 가 오르면 석유·화학 업종 등의 원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입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두바이유는 배럴당 65.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62.01달러, 런던선물거래소에서 2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68.07달러로 마감하며 배럴당 70달러 수준을 눈 앞에 뒀다. 모두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이끈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기대감이었다. 지난해 11월 정례회의에서 OPEC은 감산 기간을 올해 말까지 9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제 회복세 역시 원유 수요를 늘려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여기에 이란의 반정부 시위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보태졌다. 이란이 하루에 전 세계 공급량의 4%가 넘는 380만배럴을 생산하는 OPEC(석유개발기구) 내 3위 산유국이므로 원유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수급이 무너질 수 있다.

이같은 국제유가 오름세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기업의 생산원가가 오르면서 시중에 공급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9월 “국제유가가 10% 뛰면 각국의 국내 물가상승률(domestic inflation)이 평균 0.4%포인트 오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유가는 국내 경제엔 너무 낮아도 안 좋고, 높아도 부정적”이라며 “배럴당 50~60달러 수준이 적당한데,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선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23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주유소에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물가 상승은 가계의 구매력 약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가계가 지갑을 닫게 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가계 소비 위축은 곧 기업의 매출 감소를 의미한다. 가계 소득 증대를 통해 경제 선순환을 이루려는 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역행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유가 상승은 생산 비용을 높여 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도 된다. 이는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원유와 석유제품의 원가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운송업 등이 악영향을 받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석유제품의 제조원가는 7.5%의 상승압력을 받는다. 반도체 0.1%, 전자 0.2%, 자동차 0.4% 등 다른 주력 산업의 부담도 커진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생산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 프로세스 혁신 등 기업들의 대비가 요구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가 유가 변동에 강한 경제 체질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늘리면 국제유가 상승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셰일오일로 “향후 국제유가 상승압력은 점차 완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한은이 지난해 10월 전망한 올해 원유도입단가는 평균 54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