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인이냐, 아벨이냐…버핏 후계구도 '2파전' 공식 개막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 후보로 낙점된 그렉 아벨(왼쪽)·아지트 자인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사진=블룸버그

"자인이냐, 아벨이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87)의 후계구도가 마침내 공식적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시장에서 이미 예상한 '2파전' 구도라 둘 중 누가 버핏의 바통을 이을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이날 버크셔에서 보험사업을 맡아온 아지트 자인(66)과 에너지 부문의 그렉 아벨(55)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사회의 일원이 된 둘은 각각 버크셔의 보험사업과 비보험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버핏은 이번 인사가 자신의 버크셔 CEO(최고경영자)직 승계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회견에서 "이번 인사는 승계를 위한 움직임의 일부"라며 "그들은 버크셔의 두 핵심 인물"이라고 말했다.

자인과 아벨이 버핏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 건 시장에서 이미 예상해온 일이다. 버핏은 2015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후계자가 있다고 밝혔다. 찰스 멍거 부회장(94)은 당시 별도 서한에서 자인과 아벨이 버핏의 유력한 후계자라며 어떤 면에서는 이들이 버핏보다 낫다고 극찬했다.


버핏은 이날 CNBC와 회견에서 자인과 아벨이 맡게 된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거의 똑같다며 '말 달리기 경주' 같은 후임 경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아벨이 자인보다 버핏의 뒤를 이을 공산이 더 크다고 본다. 블룸버그는 아벨이 맡은 분야가 더 광범위하고 고용인력도 더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의 애널리스트인 사라 드위트도 지난해 9월 버크셔 담당으로 처음 낸 투자노트에서 버핏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아벨을 꼽았다.

버핏도 자신의 후계자가 내부 출신으로 상대적으로 젊으며 자아에 휘둘리지 않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조건에는 자인보다 아벨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벨은 캐나다 출신으로 산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버크셔가 2000년 아이오와 에너지 지주회사를 인수하면서 버핏과 손을 잡았다. 2008년 미국 최대 전력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미드아메리칸에너지홀딩스(현 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의 CEO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에너지 부문에서 쌓은 투자 경험을 살려 버핏이 어떤 회사를 사고 어느 주식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왔다.

버핏은 지난해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크셔에서 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만큼 잘 운영되는 곳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자인은 고향인 인도에서 IBM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미국에 건너가 컨설팅업체 맥킨지를 거쳐 1986년 버크셔에 합류했다. 처음부터 보험사업을 맡아 키웠다. 버핏이 주주들에게 자신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주는지 모른다고 여러 차례 극찬했을 정도로 사업 수완을 인정받았다. 버핏은 2011년 자인이 원하면 이사회가 그를 CEO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핏이 후계구도를 좀 더 명확히 했지만 그가 자리에서 곧 물러나진 않을 것 같다. 버핏은 이날 CNBC와 회견에서 자신의 건강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좋다"며 이번 인사가 회사에 대한 열정이 약해진 걸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은 더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이 버크셔에서 여전히 중요한 자본 집행 및 투자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