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이주열 "가상통화 거래, 투기 가세해 과열…정부 규제는 당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018.1.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금의 가상통화 거래는 쏠림, 투기적 성격이 가세해 과열되고 있다"며 "현재 소비자보호 차원의 정부의 규제 움직임은 당연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또 "가상통화는 화폐나 법적 지급 수단의 성격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며 "한은이 대응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통화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다만 그는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가상통화 관련 투자가 금지돼 있어 가상통화 가격변동 충격이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을 3%로 전망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기준금리 인상 영향과 국내외 여건 변화, 그에 따른 성장과 물가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해 신중히 판단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1월 금통위 기자회견 일문일답.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소득과 근원 물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은.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가 많이 종사하는 음식숙박업, 사업지원 서비스업 근로자 등을 중심으로 해서 임금을 상당폭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최저임금이 여러 과정을 거쳐서 물가와 성장으로 나타나기까지 경영주와 근로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효과가 상당히 달리 나타날 수 있다. 정부도 여러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와 성장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에 대해서는 더 시간을 두고 볼 계획이다. 경제주체들의 대응 행태, 정부 지원정책의 효율적 집행 여부 등을 저희도 봐야 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배경은.
▶성장률을 지난해 10월보다 높인 것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그때보다 더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주된 이유다. 금년에는 성장률이 잠재수준의 성장률을 이어가겠지만 추석 연휴 효과 등으로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전년동기대비로 보면 상고하저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하반기 경제흐름이 약화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통화 가격 상승이 기존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의견이 있다. 가상통화의 가격움직임이 가계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가상통화의 경제적 영향은 관련 통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 그러나 가상통화 거래가 급증하면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는 없다.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가상통화 관련 투자가 금지돼 있는 것을 보면 가격변동 충격이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저희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물가상승률을 1.7%로 하향 조정한 이유는. 원화강세와 국제유가 상승 중 어느 곳에 더 방점이 있는 것인가.
▶이론적 분석에 따르면 원화강세와 국제유가 상승이 같은 비율이라고 하면 서로 상쇄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만을 보고 우려할 것은 아니다.

-정부의 가상통화 대응에 대한 반발이 크다. 한은은 이런 비판에 어떤 의견인가.
▶지금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인데 가상통화 질문이 또 나왔다. 가상통화는 최근 거래도 급증하고 가격이 급등락을 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소비자 보호 등 차원에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것은 정부의 당연한 대응이다. 제가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제가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않다고 생각한다.

-가계여유자금이 가상통화에 몰리면서 소비 위축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가상통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은.
▶가상통화 거래가 급증하면 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가져와 성장에 긍정적이지 않냐는 견해가 있다. 또 가처분 소득이 개인에서 거래소로 이전되니 민간소비가 위축되지 않냐는 상당히 단선적인 논거로 이야기가 오고가는듯 하다. 그러나 이 영향가지 파악하기엔 아직은 가상통화 거래 통계, 정보가 구체적 숫자로 짚기엔 아직 미비하다. 저희들이 앞으로 이럴 경우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된다는 나름대로 시나리오는 있으나 구체적으로 수치로 나타낼 상황은 아니다.

-가상통화 사이트(거래소) 폐지 움직임에 대한 총재의 의견은.
▶이 자리에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한은에서도 이달초 가상통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의했는데 주요 내용은.
▶가상통화 관련 금융결제국을 중심으로 그 전부터 연구가 이뤄졌다가 TF가 구성됐다. 다른 차원까지 연결시켜 금융안정, 실물경제영향 등 연구를 체계적으로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이달초 회의는 킥오프였다. 앞으로 연구 스케줄과 중점 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은도 가상통화에 뒤늦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있다.
▶가상통화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어서 입장을 말씀드린다. 먼저 알아두셔야 할 게 어느 기관이든 고유의 역할과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문제에 대응하든 고유의 역할에 적합한 범위 내에서 발언하고 조치 취하는게 기본 원칙이다. 특히 가상통화처럼 성격조차 정확히 구분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선을 지켜야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저희는 사실상 그 전부터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통화에 관심이 있었다. 기존 화폐제도, 결제시스템, 확대되면 경제전반과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 갖고 연구해 왔던 게 사실이다. 가상통화는 현단계에선 화폐나 법적 지급 수단의 성격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 발행 주체도 없고 가치 안정성이 보장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한은이 직접 이 상황에서 대응을 한다든가 액션을 취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디지털 혁신이 더욱 진전, 확산돼서 화폐 제도나 결제시스템 전반에 미칠 가능성은 없는지,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지,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지 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한은의 스탠스는 세계 거의 모든 나라 중앙은행의 일관된 스탠스다. 다시 말해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고 화폐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긴 시각에서 관련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다.

그렇지만 지금의 가상통화 거래는 쏠림, 투기적인 성격이 가세해 과열되고 있지 않나. 그 과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연말에도 표명한 적이 있다. 또 가상통화 관련 연구, 새로 논의되는 진전 상황 등은 저희가 정부 관련 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해 전달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가상화폐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할 수 있는, 해야되는 범위에서 하는 것이 전체 혼선을 줄이는거라고 본다. 현단계에선 정부는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불법거래가 없는지 차원에서 조치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연구를 시작한다 했는데 발행을 고려하는 것인가.
▶(발행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지, 필요가 있는건지, 만약 그렇다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어떻게 준비할지를 연구하는 초기 단계다. 그리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논의는 너무 나간 감이 있다. 지난 BIS(국제결제은행) 총재회의에서도 화제가 됐는데 모두가 같은 고민, 같은 생각이다. 현재로서 중앙은행 총재들의 의견은 디지털통화는 정말 갈 길이 멀고 너무 요즘 앞서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가상통화에 관해 왜 중앙은행이 손을 놓고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겠나. (대응)하고있고 대외적으로는 한은 고유의 역할 범위 내에서 적정 선에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최근 한국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40bp대로 내렸다. 북한 리스크 완화라고 봐야하나. 원화강세는 이 요인과 더불어 글로벌 달러약세에 의한 현상인가. 현재 원화가치가 펀더멘털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나.
▶CDS 프리미엄이 9월에는 75bp까지 상승한적이 있었는데 40bp 정도로 떨어졌다. 북한리스크에 대한 시장 우려가 완화 된데도 상당부분 영향 받은 것으로 본다.환율은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다. 북한리스크 완화도 있겠고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보였고 국내 경기 성장세가 빨라졌다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쏠림 현상도 있어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하락폭이 컸던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미국 금리인상이 우리 기준금리 실효하한을 높이게될까.
▶이론적으로 기준금리 하한을 평가할 때 한국과 같은 개발경제국의 경우 미국 등 기축통화국의 금리수준을 감안해야 한다. 미 금리인상은 우리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 금리상승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통화 완화정도에 변화를 나타낼텐데 통화정책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때그때 적절히 평가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미국 물가 상황에 대한 평가는.
▶최근 미국 물가는 경기 성장세 지속, 자연실업률 수준의 고용여건 형성, 가계소득 증가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미국의 물가로 근원PCE를 보고 있는데 연말엔 연준 목표인 2%가 되지 않겠나 해서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논거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연준, IMF의 미국의 금년도 물가상승 전망치를 보면 금년 중 미국 CPI는 2% 내외, 연준 정책지표인 근원PCE는 1%대 후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서 1%대 후반, 2% 내외 정도의 물가상승을 통념적 의미에서 인플레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워낙 수년간 저물가여서 그런 식으로 생각될지 모르겠는데 나타내는 전망 수치만 보면 하나의 큰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하긴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본다.

-미, 일, 유럽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우리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통화정책, 금리정책을 결정할때 주요 선진국의 금리 정책 결정 사항은 중요한 고려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통화정책을 결정할 땐 선진국 결정에 1대1로 곧바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이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고 결정한다.

-1.7% 물가전망에 최저임금 효과는 들어갔나.
▶당연히 고려했다. 전망하기 위한 하나의 베이스 시나리오로 감안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민간소비, 성장,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감안했다.

-향후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이 성장과 물가로 보여진다. 어느 정도나 돼야 금리인상할 수 있다고 보나. 총재 임기 전에 이 조건이 충족될까.
▶성장과 물가 흐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결정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어느정도 돼야 할지 공식이 있는 게 아니다. 저희가 금리 결정은 할때마다 입수 가능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성장과 물가 흐름을 종합적으로 지켜본 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