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디디-오포, 옛 동지들의 中 공유자전거 전쟁

오포 자전거. /사진=오포 홈페이지.

가난의 상징.

수년전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에게 자전거는 이런 이미지였다. 육중한 짐을 자전거 뒤에 가득 올린채 힘겹게 페달을 밟거나, 자동차를 구입할 수 없는 이들이 이용하던 교통수단쯤으로나 여겼다.


2014년 오포(Ofo)가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노린다'며 케케묵은 자전거를 꺼내들었다. 자전거에 스마트를 입히고 '공유'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대학교 캠퍼스 내부에서 시작된 공유 자전거는 도시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잊혀 가는 듯 했던 구시대의 상징이 단거리 교통의 혁신을 일으킨 것. 이듬해에는 모바이크(Mobike)가 경쟁에 참여해 2강 구도를 형성했다.

팀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도 지난해 3월 오포를 찾아 "노란색 자전거로 사람들의 외출 개념을 변화시켰다"고 극찬했다.

편리하고, 빠르고, 싸다는 게 장점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자전거 위치를 바로 확인하고,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락'이 풀려 바퀴잠금이 해제된다. 빅데이터의 힘을 빌려 사람이 몰리는 곳엔 더 많은 자전거가 세워졌다. 가장 큰 장점은 1시간에 1위안(170원)이라는 저렴함이었다. 정해진 반납 장소 없이 안전한 곳에 세워둘 수 있는 것도 덤.


불과 3년 만인 2016년 12억3000만 위안(약 2050억원)으로 커진 시장은 지난해는 9배 가까이 성장한 102억8000만 위안(약 1조7000억원)이 됐다. 올해는 이보다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중국 도심지에서 5톤짜리 트럭 몇 대가 꼭두새벽 거리를 돌며 자전거를 길바닥에 툭툭 던져놓고 사라지는 모습은 일상이다,

오포만 해도 일일 공유자전거 이용 횟수가 50억번이 넘는다. 운행 가능한 자전거만 1000만대, 사용자는 2억명에 달한다. 기업가치도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으로 몸집이 커졌다.

대형투자도 속속 이뤄졌다. 이 가운데 온라인 유통 공룡인 알리바바가 오포에 투자했고, 공유 자동차 서비스업체 디디 추싱(이하 디디) 역시 오포에 자금을 댔다. 알리바바는 앞서 디디에도 투자를 해 안방에서 우버 차이나를 꺾고 공유차 시장 1위를 굳힌 경험이 있었다.

디디는 2016년 오포에 첫 투자를 시작하며 부사장을 오포 경영진에 파견했다. 이후 디디의 차량 호출 앱에 오포 서비스를 합치면서 둘은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이는 알리바바가 원하는 그림이기도 했다.

알리바바-디디, 디디-오포, 알리바바-오포로 묶인 이 관계는 서로 시너지를 내는 파트너처럼 보였다. 하지만 석달전쯤 디디가 오포와 업계 라이벌 모바이크(Mobike) 인수를 추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시 합병 이유는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줄이고 서로 합쳐 시너지를 노리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디디가 합병 후 회사에 대해 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하자 양사는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합병은 무산됐다.

이달 들어 디디는 전략을 바꿨다. 직접 자전거 공유 플랫폼 서비스에 뛰어든다고 발표한 것이다. 시너지 관계가 경쟁자로 바뀌면서 양쪽에 투자한 알리바바로서는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디디가 갑자기 경쟁자로 돌변한 데엔 이유가 있었다. 향후 전기자전거 기술이 발전해 주행거리가 늘어나게 되면, 디디의 단거리 차량 호출 시장이 큰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시장은 자전거 본체, 앱, 부품 업체 스폰서 등 광고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엄청나다. 디디는 본업에 이어 광고 시장까지 연달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에 따라 디디는 공유 자전거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선택을 했다. 업계에 공유자전거 시장을 뺏고 싶어한다는 탐욕을 드러내게 돼도 어쩔 수 없었다. 가까운 미래에 디디의 매출이 반토막 날지도 모르는 문제였으니까.

불안감을 느낀 건 알리바바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알리바바는 오포에 1조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를 진행 중이었는데 경쟁자가 된 디디가 오포의 주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알리바바는 디디에게 거부권을 내려놓을 것을 요청했고, 디디는 반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디디는 공유 자전거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전에 오포에 파견했던 경영자를 자사 자전거 공유서비스 총괄로 소환·임명했다. 핵심 인력 일부도 디디로 빼왔다. 최근 파산한 공유자전거 업계 3위였던 블루고고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새로 출범하는 공유 자전거 앱의 이용대수를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디디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자전거 플랫폼을 통해 오포의 자전거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기존 오포의 노란 자전거가 아닌 파란 자전거로 색을 달리했다. 오포의 주주로서의 권한을 최대한 이용하되, 경쟁자로 선을 긋는 듯한 행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오포와 디디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오포에 대한 디디의 영향력이 작아지면서, 반대로 알리바바는 오포의 미래 투자금 유치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