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DSR로 수요잡고 자본규제로 공급 줄인다

금융당국이 21일 발표한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방안'은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기업대출을 늘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의 핵심인 '생산적 금융'(생산적인 분야로의 자금 중개 강화)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정부가 그동안 은행들의 가계대출 쏠림을 비판해 왔지만 정부의 제도 설계에도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반성이 반영됐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신DTI(담보인정비율)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가계대출의 수요를 억제하는 대책이라면 자본규제는 금융사들의 공급을 통제하는 장치로 작동할 전망이다.

◇가계대출 통제될까= 예대율 개편,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 등 개편되는 자본규제 중 가장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예대율이다. 고위험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으로 은행권의 평균 BIS 비율이 약 0.1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2년에 걸쳐 적용된다.


예대율은 상황이 다르다. 예대율은 원화예수금 대비 원화대출금의 비율로 은행들은 이 비율을 100%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말 자료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바뀌는 산정 방식을 적용하면 시중은행의 평균예대율은 98.1%에서 99.6%로 상승한다. 1개 은행은 100%를 넘기도 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예대율 차등을 20%로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 경우엔 충격이 커 15%로 조정했다.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것도 은행들이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도 은행들의 예대율은 규제비율에 약간의 여유만 있는 수준"이라며 "가계대출에 가중치를 부여할 경우 가계대출을 더 늘리지 않거나 줄이려는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대율 규제비율을 지키기 위해선 분모인 대출을 감축하거나 분자인 예수금을 늘려야 한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이 대출금 감소없이 현재의 예대율을 유지하려면 11조원의 예수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예대율 비율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 공시하고 개선계획을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예대율 100% 초과한 은행은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는 은행은 없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의 경우엔 예대율 개편으로 예대율이 오히려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은 원화대출금 증가액의 60%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기업대출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지방은행들은 대출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더 생기는 셈이다.

◇기업대출 늘릴까= 정부는 자본규제 개편으로 3~5년간 약 40조원의 가계대출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그 정도 줄어들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금융권이 과거처럼 가계대출을 늘리기가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자본규제 뿐만 아니라 신DTI, DSR과 같은 수요감축 대책이 병행되는데다 금융당국이 연간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목표를 받아서 연중 감독할 방침이다. 지난해 자본규제가 없이 정부의 통제만으로 가계대출 증가액은 2016년 123조원에서 지난해 90조원으로 약 33조원이 줄었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는 일련의 대책들이 목표인 기업 자금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금융당국은 자본규제 개편을 통해 기업대출에 대한 금융권의 부담을 낮췄다. 예대율 관리 측면에서 기업대출이 유리하게 바꿨고 자산건전성 분류도 개선했다. 유명무실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방안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은행들은 생산적 금융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창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지원계획을 내놓고 있는만큼 기업대출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전망이다.

다만 일부 금융권에선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과도한 경쟁이 벌어질 우려도 제기한다. 민간금융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마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에 은행이 직접 대출하기는 어려운 만큼 우량 중소기업 뺏어오기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