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애견, 보험은 드셨나요?" 판 커지는 생활밀착형 보험

#지난해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은 지 한달여 만에 경남 밀양에서 또다시 화재로 인해 189명이 죽거나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발생한 63건의 대형화재로 인해 총 113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재산 피해액은 4200억원을 넘어섰다.

#2016년 경북 경주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말 이번에는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해 약 551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경주 지진 때보다 피해 규모가 5배 커졌고 복구에는 피해액의 3배 규모인 1445억원이 투입됐다.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은 지난해 말 해킹 사고당해 고객의 출금 지갑에 손실이 발생했다. 사라진 코인의 규모는 당시 시세 기준으로 170억원에 달했다.

최근 이상기후와 자연재해, 기술 발달 등의 환경 변화로 사건·사고가 늘고 있다. 이상 한파에 건조주의보가 겹치며 대형 화재가 잇따르고 다른 나라 일로 여겼던 지진은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규모도 커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이 일상화되며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커졌다. 생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들은 개인이나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까지 위협할 수 있어 보험으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종 위험 피해 보상해주는 일반보험=일상생활과 기업현장 곳곳에 도사린 위험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은 일반보험이라고 한다. 일반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보험기간이 2년 이상인 장기보험을 제외한 모든 손해보험 상품으로 화재보험, 해상보험 등 역사가 오래된 전통적인 보험부터 애견보험, 사이버보험 등 신종보험까지 다양한 재물 손해에 대한 보장을 망라한다.

일반보험은 보험료를 적립해 돌려주는 저축기능 없이 순수하게 위험만 보장하고 보험 계약기간 중에는 보험료가 오르거나 내리는 등 가격 변동 없이 정해진 위험을 보장해 보험 본연의 기능에 가장 부합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보험은 계약주체에 따라 크게 가계성 보험과 기업성 보험으로 나뉜다. 가계에서 개인이 보험료를 부담하고 일상생활 위험을 보장하는 가계성 보험은 주택화재보험, 여행자보험, 가계성종합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위험을 보장하는 기업성 보험은 기업종합보험, 생산물배상책임보험, 근로자재해보상보험 등이 해당된다. 최근에는 세그웨이와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이나 드론(무인기), 자율주행차 등 기술 발달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기구의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도 속속 출시되거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8조원 일반보험 시장, 판 커지는 이유=해외에서는 일반보험이 손해보험시장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력 상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기준으로 일반보험은 전체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국내 일반보험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8조5000억원으로 수년째 소폭 성장에 그치며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암보험 등 장기보험은 손해보험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그간 성장을 이끌어온 암보험 등 장기보험의 성장이 주춤해지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일반보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일반보험 상품은 신규 가입 유인이 많지만 아직 가입률은 저조한 편이라 상대적으로 성장 여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반려동물보험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반려동물 보유가구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보험 가입률은 미미하다. 국내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중은 2015년 기준 21.8%로 다섯 가구 중 한 가구 꼴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지만 보험 가입률은 0.16%로 영국(20%)이나 미국(10%)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로 인해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사고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만 반려동물로 인한 위험이나 피해를 보장할 제도적 기반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미국처럼 맹견 소유자에 대해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을 포함해 종합적인 차원에서 보험제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보험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매년 7만여건 이상의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하는데도 사이버보험 가입률은 2016년 기준 1% 내외로 전세계 최하위권이다. 미국이 25%, EU(유럽연합)가 60%대인 것과 비교하면 걸음마도 못 뗀 수준이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일반보험 침투도(경제규모 대비 보험료 비중)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침투도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일반보험 시장을 확대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향후 수익성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의 사회안전망 역할 확대 기대=일반보험 활성화는 단순히 시장 확대 측면만이 아니라 보험의 사회안전망 역할 강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각종 위험에 국민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경우 막대한 인명 및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고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보험업계는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피해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손해보험협회를 중심으로 각종 배상책임보험의 의무화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극장이나 목욕탕 등 다중이용업소의 화재 피해를 보장하기 위해 보험 가입금액을 재난안전법과 동일하게 대인 1인당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대물은 사고당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식이다.

지진 등 대규모 재난 피해에 대비해 정책성 보험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꾸준히 알리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보험은 손해보험사의 새로운 먹거리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만큼 민간 보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공백은 정책성 보험이 메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