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소송 40만명 '위임절차' 개시…국내 최대 '공동소송' 임박

법무법인 한누리가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 관련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40만여명에게 소송 위임을 받는 절차를 시작했다. 한국 사법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가 참여하는 공동소송이 진행될 전망이다.

한누리는 29일부터 내달 28일까지 소송 참여 희망자 40만3722명에게 소송 위임을 받아 3월 중 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누리는 "구체적인 소송 위임 절차를 거쳐 원고 규모가 확정되겠지만,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최대 인원이 참여하는 소비자 소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송 참여 자격에 해당할 경우 사전 신청을 하지 않은 아이폰 사용자들도 소송 위임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누리가 제시한 소송 위임 조건은 착수금 없이 인지대 등 소송비용을 모두 한누리가 먼저 부담하되, 승소 시 승소금액에서 소송비용과 성공보수를 공제하는 방식이다. 국내법의 경우 일부 피해자가 승소하면 별도 소송 없이 전체 피해자가 배상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가 증권 분야에만 도입돼 있어, 이번 소송은 소송인단에 한해 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누리는 국내 법원에 애플 본사과 애플 코리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용자 몰래 구형 아이폰 성능을 저하한 애플의 행위가 민법상 채무불이행과 불법 행위, 소비자기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초 한누리는 미국에서 직접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이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집단소송을 인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미국 전문 변호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국내에서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한누리는 최종 판결까지 소송기간을 최소 2~3년, 최대 5~6년으로 추정했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1인당 20만원이다. 40만여명이 모두 소송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손해배상 청구액이 807억원을 넘는다. 한누리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1인당 20만원 청구했다"며 "소송 과정에서 드러나는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봐서 필요한 경우 청구 취지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애플이 지난달 20일 공식 인정한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는 2016년 12월부터 아이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iOS 10.2.1부터 iOS 11.2.1까지)를 통해 배터리 잔량이 적거나 낮은 온도에서 구형 아이폰 운영속도를 떨어뜨린 조치를 말한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미국과 한국, 이스라엘 등 세계 각국에서 애플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줄소송 사태로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