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가 낮을 수록 보유세 부담 高高…'과세 형평성' 목소리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10년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토지주들의 보유세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행 보유세 과세 구조상 10억원이 넘는 토지는 단일 세율이 적용돼 저가 토지일수록 세 증가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6.02%올라 2008년(9.64%) 이후 10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토지 공시지가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의 과세 기준이 된다. 따로 소득이 없더라도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토지주에게 세금이 부과된다.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원종훈 세무팀장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중구 명동 소재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의 올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등)는 8139만원이 부과될 전망이다. 지난해 7560만원보다 7.66% 오른 금액이다. 이 부지의 올해 공시지가는 154억5700만원으로 전년대비 6.16% 상승했다.

지난해 완공된 송파구 제2롯데월드 부지의 올해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4.8% 상승한 3조8360억으로 평가됐고, 보유세도 4.8%(14억6000만원) 오른 320억원이 예상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신사옥(GBC,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이 건설되는 강남구 삼성동 부지의 올해 공시지가는 3조1736억원으로 작년보다 5157억(19.4%) 상승했다. 보유세는 전년 보다 19.5%(43억원) 오른 264억6428만원으로 계산됐다.

공시지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토지의 세 증가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일명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로 떠오른 연남동의 한 주거지는 올해 공시지가가 전년대비 19.9% 상승한 20억5862만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보유세는 지난해 601만원에서 올해 749만원으로 24.6% 오를 것으로 예상돼 지가상승률을 상회한다.

제주 서귀포시의 한 상업지도 올해 공시지가가 7억6555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5.5% 올랐지만, 보유세는 24.7% 상승한 468만원으로 계산됐다.

이는 현행 보유세 과세 방식이 과세표준금액이 낮을 수록 세 증가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산세의 과세표준이 10억원을 넘으면 10억원대 토지나 수 조원대 토지나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

보유세의 한 축인 재산세의 과세금액은 공시지가에 공정시장 가액비율(70%)을 곱해 계산한다. 별도합산과세(토지에 건물이 있는 경우) 기준으로 세율은 △2억원 이하 0.2% △2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0.3%(5000만원 초과금액) △10억원 초과 0.4%(1억원 초과금액)가 적용된다.

또 다른 축인 종부세는 공시지가의 80%(공정시장 가액비율)가 과세표준이다. 별도합산토지는 과세표준이 80억원을 넘는 토지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과표구간별로 세율은 △200억원 이하 0.2% △400억원 이하 0.6% △400억원 초과 0.7%를 적용한다. 5억원 초과분에 과세하는 종합합산분은 △15억원 이하 0.75% △45억원 이하 1.5% △45억원 초과 2%를 종부세로 과세한다.

원 세무팀장은 "재산세는 누진세가 적용되긴 하지만 과표 최고구간이 10억원 초과로 돼 있어서 단일 세율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치권 등 일각에선 고가 토지에 세율을 더 높여야 과세 형평성이 맞는다고 주장하지만, 보유세는 소득이 없더라도 부과되는 세금이라 세율 인상에 대한 조세 저항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