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연휴 만화 정주행 어때…박시백 '35년'-허영만 '3천만원'

설 연휴가 여느 해 명절보다 짧아지면서 시리즈 영화, 미드나 전집류를 다 보는 이른바 정주행 감상이나 독서는 쉽지 않게 됐다. 하지만 여행지나 귀성길 등에서 시간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때 가볍게 읽기 적합한 것들로는 만화나 웹툰류가 대표적이다.

대형 서점이나 만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녀들과 함께 읽거나 2 ~ 3대가 함께 읽어도 좋은 몇권을 꼽아봤다.



먼저 만화 '조선왕조실록' 의 박시백 작가의 신작으로 일제 강점기를 다룬 '35년'(비아북 펴냄)이 꼽힌다. 1차로 나온 책은 총 3권으로 1910년부터 1925년까지의 이야기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내용이 작가 특유의 그림체와 간간이 배어드는 위트(의병장들을 묘사할 때 지나가는 아낙들이 ‘조선 남자들이 다 내 남편 같지는 않은가봐’라고 감탄하는 식이다)와 섞여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까지 4권이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교보문고는 ‘35’년에 대해 “조금은 짧은 설 연휴에 빠르고 쉽게 근현대사를 읽을 수 있다”며 “곧 다가올 3.1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고 평했다. 박시백 작가는 “일제 강점 35년사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바로 알리는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며 “독립운동가는 독립운동가로, 친일부역자는 부역자로 제 위치에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머리말을 통해 밝혔다.



투자나 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들은 허영만 만화가의 웹진 연재만화 ‘3천만원’(가디언 펴냄)을 펼쳐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각시탈’, ‘날아라 슈퍼보드’, ‘타짜’, ‘식객’, ‘오, 한강’ 등 색다른 소재로 숱한 명작을 남긴 허 화백은 새로운 소재로 ‘주식’을 택했다.

지난해 7월 말부터 웹진 채널예스를 통해 소개돼 왔던 만화는 허 화백이 자신의 돈 3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투자 자문단 5명이 그의 투자금을 각 600만원씩 책임지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조언하고, 투자결정은 허 화백이 내려서 결과·과정을 그려 2주 시차를 두고 투자결과를 매주 공개하는 형식이다.

허 화백은 출간 간담회를 통해 “주식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걸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적고, 잃었다는 사람은 많더라”며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에 독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기억하고 아들과 손자에게 권해주며 함께 볼 만화로는 이상무 만화가가 영원한 독고탁을 그린 ‘울지 않는 소년’(씨엔씨레볼루션 펴냄)이 있다. 이상무 작가가 2년여 전에 타계한 만큼 이번 만화는 40년전부터 연재가 됐던 작품을 복간한 전 3권짜리다.


‘울지 않는 소년’은 어린이잡지 ‘어깨동무’에 연재된 작품으로 축구를 소재로 해 주인공 독고탁과 그의 형 독고준, 축구에 대한 열정을 다 꽃피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비운의 천재이자 이 두 형제의 아버지인 독고룡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복간본에는 이상무 작가의 가족들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이상무 작가의 딸인 슬기 씨는 책의 첫 장에 “아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빠 작품이 복간되어 나왔어요”라는 짧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담긴 한 마디를 적었다. 가족들의 육성을 통해 다시 만화가 이상무의 지난 시절을 만나볼 수 있는 것.

지금으로서는 다소 생소한 시대배경과 플레이스타일에 빠져든다면 이상무 작가의 또다른 작품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1970년대 초 어린 독고탁이 등장했던 ‘비둘기 합창’, 청소년 독고탁이 등장하는 ‘아홉 개의 빨간 모자’, ‘달려라 꼴찌’, 청년 독고탁이 등장하는 ‘넓은 땅’, 성인 독고탁이 등장하는 ‘포장마차’ 등이 그 작품들이다.

이밖에 '부산행', 애니메이션 '서울역' 을 연출했던 연상호 감독의 첫 출간 만화(그래픽노블) '얼굴', 윤태호 작가의 오리진 시리즈도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