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파괴자' 메리 바라 이후의 GM…수익 없으면 가차 없이 떠나는 ‘New GM’

'규칙파괴자'라고 불리며 가차없는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극대화 전략으로 새로운 GM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메리 바리 GM 최고경영자 겸 회장. /AFPBBNews=뉴스1

“분명히 한국은 우리에게 도전이다. 현재 비용구조는 도전이 되고 있고, 독자 생존이 가능한 사업이 되도록 조치를 취해야한다.”

미국 최대의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국GM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단호하게 답했다.


바리 CEO의 언급 이후 GM은 군산공장 폐쇄 등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배리 엥글 GM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에 남고 싶다”며 한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존의 공룡 DNA를 버리고 가차없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GM의 경영방식은 그 말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GM은 최근 몇 년간 수익이 나지 않는 해외사업들을 가차없이 정리하고 호주, 독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지원금으로 연명하다 공장을 폐쇄하면서 '먹튀논란'까지 일으키는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도 GM의 한국 잔류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브라이언 존슨 바클레이 애널리스트는 “한국GM 구조조정이 GM의 순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GM이 얼마나 민첩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역들에서만 사업을 펼쳐왔는지를 상기시켜준다”고 지적했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GM이 결국 한국을 떠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규칙파괴자'가 이끄는 M의 무서운 변신=미국 산업계와 월가에서는 11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공룡기업 GM의 변신과, 이를 주도하며 ‘규칙파괴자’로 불리는 바라 CEO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옛날의 GM이 아니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GM은 2009년 파산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으로 겨우 기사회생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GM의 최대 지상과제는 여전히 자동차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었다.

하지만 바라 CEO가 GM의 지휘봉을 잡은 2014년부터 GM의 환골탈태가 본격화됐다. 바라 CEO는 GM 생산직 근로자의 딸로 18세에 생산직 인턴사원으로 GM에 입사, 33년 만에 여성 최초로 GM CEO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취임 초기엔 엔지니어 출신 여성 CEO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바라 CEO는 취임 초기부터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글로벌 사업장을 가차없이 정리하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GM의 사업구조개편을 가속화하며 이 같은 우려를 날려버렸다. 레베카 린드랜드 KBB닷컴 분석가는 “이처럼 GM을 경영하는 사람을 결코 본 적이 없다”며 “그녀는 모든 룰을 깨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라 CEO가 이끄는 GM은 우선 몸집에 대한 오랜 집착을 버렸다. 바라 CEO는 “우리가 수익을 낼 수 있는가. 여기가 이 자본을 투자할 최고의 장소인가를 물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해외사업 정리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GM은 2015년 러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공장을 폐쇄하고 철수했다. 모두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신흥시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지역들이다. 지난해에는 유럽, 인도, 남아프리카에서 철수했다. 유럽의 경우 독일 자회사 오펠과 영국 복스홀을 프랑스 푸조시트로앵(PSA)그룹에 20억 유로에 팔아치웠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달리 잠재력있는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에서도 과감히 짐을 쌌다.

특히 GM이 지난해 10월 69년 동안 운영하던 호주 홀덴공장을 폐쇄한 것은 한국 입장에서는 주목해야 할 사례로 꼽힌다. GM은 홀덴공장과 관련, 호주 정부로부터 2001년 이후 12년간 18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GM은 홀덴의 경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자 호주 정부에 추가지원을 요청했고, 호주정부가 이를 거절하자 결국 홀덴공장을 폐쇄했다.

또한 바라 CEO의 GM은 전기차, 차량공유,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기술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며 실리콘밸리와 맞짱을 뜨고 있다. 2016년엔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했고, 자율주행솔루션 스타트업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기술기업들도 놀랄 정도다. 그렉 조스위악 애플 부사장은 “메리 바라가 이끄는 GM은 다른 회사”라며 “그녀는 기술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그녀의 접근법은 이전의 GM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미국 최대의 자동차업체 GM의 본사 모습. /AFPBBNews=뉴스1

◇가시화되는 구조조정의 결실들...수익극대화 전략은 계속된다=철저한 수익극대화 전략으로 GM의 외형은 줄어들고 있지만, 내실은 그만큼 탄탄해지고 있다.
지난해 GM의 전 세계 자동차판매량은 960만대였다. 전년대비 41만대(4.1%)가 줄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순위도 폭스바겐, 닛산-르노, 도요타에 이어 4위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속은 알차다. 핵심시장으로 꼽는 북미와 중국시장에선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북미시장의 판매대수는 358만대로 전년대비 1.5% 줄었지만, 수익성이 좋은 크로스오버와 픽업트럭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시장 판매량은 404만대로 전년대비 3.2% 늘면서 처음으로 북미를 앞질렀다. 또한 쉐보레 볼트를 필두로 무려 6만95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GM은 3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세제개편에 따른 이연법인세자산 재평가 손실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조정 희석주당순이익은 6.62달러를 기록했다. 당초 제시했던 6~6.5달러선을 웃돌며 전년대비 8.2% 증가했다. 조정 EBIT(이자 및 세전이익)은 128억 달러에 달했다. 조정 EBIT율은 8.8%였다. 가차없는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극대화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주가도 살아나고 있다. 2016년 2월 27.71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해외사업 구조조정과 사업구조재편 가속화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45.88달러까지 치솟았다. GM 주가는 23일 종가 기준 40.91달러다.

GM은 앞으로도 수익성을 잣대로 가차없는 구조조정을 지속하며 북미와 중국이라는 양대 핵심시장과, 미래자동차기술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선택과 집중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미 신호탄이 오른 한국GM의 구조조정은 장기적으로 공장폐쇄와 시장철수라는 원치 않는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셸 크렙스 오토트레이더 수석분석가는 “GM이 수익성의 길을 찾지 못하면 그들은 철수한다”며 “차를 적게 팔더라도 더 많은 돈을 버는 게 목표다. 이게 새로운 GM”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