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줄면 경기침체 온다"…NBER, 상관관계 첫 입증

임신이 감소하는 게 경기침체의 전조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이 겪은 세 차례의 경기침체와 임신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최소 6개월 전부터 임신이 줄었다는 것이다.


FT는 출생률과 경기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는 많았지만 임신이 경기침체의 선행지표가 될 수 있음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3명의 보고서 저자 가운데 하나인 대니얼 헝거맨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일어난 경기침체는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하는 만큼 그 전에 임신이 감소한 게 증거가 된 건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경기침체를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고 처음 몇 달간 많은 기업인들은 오히려 경제가 괜찮다고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기침체 개시와 종료를 선언하는 NBER의 경기순환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의 마지막 경기침체는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 18개월간 이어졌다.


NBER 연구진은 이번에 낸 보고서에서 2006년 상반기부터 이듬해 상반기까지 미국에서 임신이 증가했지만 2007년 3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 중이었고 미국 GDP(국내총생산)는 6개월 뒤에야 비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연구진은 1989년부터 2016년 사이의 출생(1억900만명) 자료를 토대로 1990년대 초, 2000년대 초에 일어난 경기침체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또 다른 보고서 공동 저자인 케이시 버클스 노터데임대 교수는 "향후 경기에 대한 낙관 수준이 아이를 가지려는 결정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임신 감소가 소비자신뢰지수나 불확실성지수, 자동차나 세탁기 등 대형 제품 구매율을 비롯한 다른 지표보다 나은 경기침체의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다만 한계도 인정했다. 임신이 감소한 뒤에 경기가 괜찮았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버클스 교수는 "임신이 한 분기 감소한 게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인지 판단하는 건 실제로는 어려운 일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다른 지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FT는 특이한 경기지표는 이전에도 있었다며 1920년대에는 여성의 치마 길이가 증시 향방을 따른다는 주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헴라인(치마길이) 이론'이다. 경기호황으로 주가가 오를 때는 치마길이가 덩달아 올라가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얘기다.

이밖에 재미 있는 경기지표로는 남성 속옷 판매가 갑자기 늘어나면 경기 개선을, 급감하면 경기악화를 예고한다는 '남성속옷지수', 립스틱이나 하이힐이 잘 팔리리는 게 경기침체 신호탄일 수 있다는 '립스틱선행지수'(립스틱효과), '하이힐지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