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러시아·중국…" 이머징펀드, 대안투자로 떠올라

세계 증시가 불안한 가운데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머징 펀드가 대안투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 등 신흥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탄탄하게 버텨 이머징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머징펀드 수익률, 국내 펀드 보다 앞서=9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6일 기준 한 달간 63개 이머징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0.45%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마이너스(-) 2.14%보다 높았다. 또 전체 이머징 주식형 펀드 가운데 36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브라질과 러시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수익률 상위권에 포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차이나브라질업종대표펀드가 4.15%로 가장 높았다. 이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중국과 브라질 업종 대표 주식형 모펀드에 펀드 재산의 90% 이상을 투자한다. 중국과 브라질의 투자 비중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게 특징이다.

이어 NH아문디자산운용의 러-브1, 2, 3 등 3개 상품이 4%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모두 러시아와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모펀드에 펀드 재산의 대부분을 투자하는 대표적인 이머징 주식형 펀드다. 이밖에 미래에셋 브라질러시아(3.97%), 피델리티의 이머징유럽·중동·아프리카(EMEA) 펀드(2.7%) 등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수익률 상위 펀드는 브릭스 국가 중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라며 "브릭스 국가에 최소 펀드 재산의 60~70% 이상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다른 신흥국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도 수익률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증시 견조한 흐름 '저가매수 기회'=최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증시는 미국 금리인상 영향으로 불안한 국내 증시와 달리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의 대표 증시 지수인 보베스파(BOVESPA)와 러시아 증시는 각각 3.23%, 3.30% 상승해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양호했다.

일각에선 신흥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지금이 펀드 투자자들의 신흥국 주식 분할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신동준 KB증권 수석 자산배분전략 상무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다시 부각되며 달러화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달러 약세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서 신흥국으로의 자금유입을 부추겨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인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향후 선진국 대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은 신흥국 주식을 저가 매수해 상승장에서 차익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월 말 전체 신흥국 증시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63배로 선진국(2.23배)에 비해 낮아 상대적으로 상승여력이 크다.

◇신흥국 시장은 변동성 커 '분산투자' 필수=이머징 펀드는 수익률이 높은 만큼 변동성도 크다. 섣불리 투자했다가 자칫 수익률이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브라질과 중국, 베트남 등 신흥국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강세를 보이는 브라질은 지난해 대통령 탄핵 논란이 불거지며 증시가 급락했던 전례가 있다. 그 결과 2016년 연 50%대까지 치솟았던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지난해 10%대로 떨어졌다. 중국과 베트남 주식형 펀드들도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익율이 급락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특정 이머징 국가 펀드에 자금을 모두 투자하는 것 보다 분산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소 2개 이상 이머징 국가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을 눈여겨 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