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 등돌린 측근들…"신뢰·신념·이익의 축 무너져"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의 피의자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잇따른 측근들의 폭로로 궁지에 몰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과 구속을 겪으면서도 '순장조'가 함께 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과 수십년을 함께 한 측근들이 그를 등진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김희중 전 부속실장의 경우 이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실망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 1월17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김 전 실장이 2012년 저축은행에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년 정도 실형을 살았는데, 이 일로 이 전 대통령에게 내팽개쳐져 철저한 배신감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이 복역하던 중 그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때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실장 아내의 빈소를 찾지 않았고, 화환도 보내지 않았다는 것. 정치권에서는 곤경에 처한 측근을 외면한 이 전 대통령의 선택이 측근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MB 정권 시절 측근들이 맡았던 역할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모인 이들과 실무를 맡았던 이들을 구분해야 한다"며 "김 전 부속실장,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 같이 실질적인 돈 관리를 맡고, 정치적인 위세를 누리지 못한 이들을 중심으로 폭로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역할에 비해 영향력을 누리지 못했고, 또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중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앞다퉈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던 지난 14일 MB 정권 시절 친이계로 꼽혔던 구여권 의원들은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모이기도 했다.

가족과 측근들의 암투도 이 전 대통령의 주변에서 사람을 떠나게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MB 정권 시절 최고 실세로 꼽혔던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측근 그룹의 갈등은 큰 파장을 낳았다. 정 전 의원이 이 전 대통령 가족들과의 갈등 끝에 권력에서 배제된 대표적 케이스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대선·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굵직한 사건을 연일 폭로하는 중이다.

집권 시절 당시 여러 이유로 갈등을 겪으며 이미 측근세력과의 관계가 약해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치인과 측근을 이어주는 축으로 △신뢰 △신념 △이익 세가지를 꼽았다. 윤 실장은 "MB는 집권시절 소장파와의 갈등으로 신념의 축을 잃었고, 궂은 일을 도맡아하던 집사들을 외면해 신뢰의 축도 잃었다"며 "집권 이후에는 공유하는 이익마저 사라졌기 때문에 구심력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