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신용공여 한도관리 안간힘…"한도 늘려달라"

일부 증권사가 한도 관리를 위해 중단했던 신용공여를 재개하고 있다. 고객이 빌린 자금을 상환하면서 한도에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 증가로 언제든지 한도가 소진될 수 있어 관리에 진땀을 빼고 있다.

신용공여란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정한 증거금만 받고 주식거래 결제를 위해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증시가 활황을 띠면서 신용공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66,800원 ▲800 +1.21%))은 지난달 중단했던 신용공여 신규 약정을 지난 8일부터 재개했다. 50%로 강화했던 증거금률도 종전처럼 20%~40%로 완화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신용공여 한도 관리를 위해 신규 고객에 대해 제한했던 신규 약정을 지난달 14일부터 풀었다.


증권사가 신용공여를 재개한 이유는 고객이 자금상환에 나서면서 한도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한도에 따라 다시 신규 약정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함께 공지해 수시로 한도 관리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KB증권은 지난달 5일부터 신규 약정을 재개했지만 26일부터 1인당 한도액을 종전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일주일 만인 이달 5일부터 1인당 한도액을 1억원으로 또다시 조정했다. 한도 관리를 위해 전면 중단 대신 한도를 대폭 낮춘 셈이다.


지난달 8일 신규 약정을 중단한 신한금융투자는 아직 전면 재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고객이 약정을 해지해 한도가 생기면 잠시 팔았다가 한도가 소진되면 다시 중단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신용공여 잔액은 11조4223억1900만원으로 지난해 연말(9조8608억3200만원)보다 1조5614억8790만원(13.7%) 늘었다. 지난달 9일(11조4248억원)을 제외하면 누적 기준으로 최고치다. 증시가 좋았던 올 1월에는 누적 잔액이 전월보다 14.37% 증가했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도를 늘리기 위한 내부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법적으로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가능하지만 IB(투자은행)등 다른 사업부문에도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서 간에 더 많은 자금을 배정받기 위한 신경전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오히려 한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 BNK투자증권은 금융이자 수익 확대를 신용공여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60%에서 80%로 늘렸다. 신용공여 잔액 규모를 현재 1080억원에서 연말까지 3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증권 (599원 ▲2 +0.34%)도 지난달 개인 대상 신용공여 한도를 2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렸다. 신용공여 중단으로 떠돌고 있는 수요층을 흡수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신용공여 확대 요청이 잇따르고 수익성도 좋지만 한도를 계속 늘릴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키움증권 (132,100원 ▲3,400 +2.64%)처럼 유상증자를 통해 실탄을 추가로 확보한 증권사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