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교수 성추행 미투에 이대생들 단체행동 "학교는 각성하라"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이화여대 음악대학 관현악과 B교수 성폭력 사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당국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2018.3.23/뉴스1 © News1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와 음악대학 교수가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연달아 터져나온 가운데 미투운동을 지지하고 정당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화여대 음악대학 관현악과 B교수 성폭력 사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당국은 학내 미투 운동에 대한 응답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엔 이화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생위), 이화여대 총학생회, 이화여대 음악대학 단과대학운영위원회 등 학내 구성원 200여명이 함께했다.

비대위 등은 지난 19일과 22일,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A교수와 음악대학 B교수에 의한 성추행 피해 호소가 잇따른 것을 지적하며 "교수들은 소수과이자 졸업과 진로를 위해선 교수의 직접적 평가가 중요한 예술대·음대의 특징을 악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수 성폭력 문제는 비단 해당 교수가 괴물이어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제도가 젠더권력과 맞물려 교수 성폭력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며 "이 사건은 가해지목 교수의 처벌이나 배제로만 끝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한경 이화여대 부총학생회장 겸 학생위 의장은 "총장과 학교본부는 당장 학생들을 지지하고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다시는 학생들이 당연한 인권을 위해 크고 절박한 용기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각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민주 조형예술대학 공동대표는 "예술의 그늘 아래 범죄행위를 숨기지 말라"며 "범죄는 예술이 아니다. 범죄는 범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인터넷을 통해 추가적인 제보를 모으는 한편 학교에 Δ신속히 징계위원회를 열고 Δ징계위원회에 학생위원을 포함하며 Δ교수에 합당한 처벌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에 대한 재학생 서명을 받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학생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조소전공 A교수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및 처벌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서 있다. 2018.3.21/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앞서 지난 22일 비대위와 학생위는 B교수가 자세교정, 악기지도 등을 이유로 학생의 가슴 언저리와 골반 부근을 만지거나 상의에 손을 넣어 브래지어 끈을 조절하는 등 성추행을 자행해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KBS는 관현악과 9명의 인터뷰를 통해 성추행에 대한 상세한 진술과 녹음파일 등을 보도했다. B교수는 "특정인의 주도로 실력이 모자란 학생들이 시기·질투심에 벌이는 음해로 보인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해당 발언을 듣고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며 "전공과 미래를 담보 삼아 용기 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주체적 행동을 철 없는 학생의 시기와 질투로 매도했다. 이는 명백한 피해자 지우기"라고 비판했다.

지난 19일에는 같은 대학 조형예술대학 A교수가 학과 MT에서 학생을 성추행하거나 지인의 성추행을 방조하고,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교수는 논란이 커지자 20일 예정됐던 수업을 휴강했다.

이화여대 조소 전공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는 졸업생 29인의 기명 성명을 발표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촉구했다. 조형예술대학 학생회도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호소인에 대한 연대와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화여대 성희롱심의위원회는 A교수와 B교수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이들 교수를 이번 학기 수업에서 배제하고 대체강사를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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