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조 추천 사외이사 96% 반대로 부결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KB금융지주 로고

KB금융지주 노조측의 사외이사 추천이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다. ‘전체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인식의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3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추천한 권순원 사외이사 후보의 선임 안건이 출석 주주 중 95.77%의 반대로 부결됐다. 찬성은 4.23%에 불과했다. 사외이사 선임은 출석 주주의 과반수, 발행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노조가 제안한 사외이사만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고 정·관계 출신 등 낙하산 인사의 이사 선임을 3년간 금지하는 정관 변경 안건 2가지도 각각 출석 주주 31.1%와 4.29%의 찬성밖에 못 얻어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관 변경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KB금융의 단일 최대주주(9.79%)인 국민연금이 세 개 안건에 모두 반대하고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가 권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과 낙하산 방지를 위한 정관 변경에 반대한 영향이다. 사추위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는 정관 변경 안건은 ISS가 찬성해 찬성률이 31.1%로 다른 노조 주주제안 안건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ISS의 권고는 KB금융 주주 70%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에게 영향력이 상당하다.

KB금융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노조의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하는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공시한 영향도 컸다. 노조의 제안이 ‘전체 주주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사회 입장이 주주들의 표심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주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로 들어오는 길을 열어놓은 만큼 (노조도) 일상절차를 통해 추천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되지는 못했지만 금융권 노조의 사외이사 선임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노조는 이번 3월 주주총회에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열어뒀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번 3월 주주총회는 현안이 많아 시기적으로 사외이사 추천이 어려웠지만 올 하반기에는 금융노조 차원에서 노동이사제 이슈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