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음악사용료 월 2만원에서 4000원만 내는 이유

/표=김다나 디자이너 기자

지난 2012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콤카)는 스타벅스를 상대로 낸 ‘무단 음원 사용’ 소송에서 대법원으로부터 승소했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는 매장 면적과 관계없이 월 2만원의 사용료 10년 치를 일괄 적용해 2억 4000만원의 배상액을 지불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빈약한 한국에서 거둔 창작자의 작은 승리이자 성취였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을 오는 8월 23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요율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커피 전문점, 생맥주 집, 체력단련장 등 공짜로 음악을 튼 매장에 대해 정부가 징수를 부과해 창작자의 권리를 세워준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 요율이 해외 평균 사용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가격이 책정되자 창작자들은 불만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작권료=공짜’라는 암묵적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하면서 매장에선 “왜 돈을 내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내고, 창작자들은 “창작자의 권리가 전혀 보호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정부가 저작권에 대해 지휘·감독할 권한을 가질 수는 있지만,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횡포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저작물의 유통 촉진을 위해 ‘싼값’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문체부의 이번 승인 발표에 대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음악 관련 8단체는 “문체부의 독단적 결정이자 저작권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대법원 판결로 스타벅스는 월 2만원씩 2억 4000만원의 음악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했지만, 문체부가 최근 징수규정을 발표하면서 오는 8월부터 월 4000원씩만 지불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스타벅스 매장 내부 전경. /사진제공=스타벅스코리아

◇ 상위 5개 커피점 매출 대비 0.012% 지불…“금액 현실화 필요”

문체부가 발표한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은 △주점 및 음료점업(커피, 생맥주 전문점 등)은 매장 규모에 따라 최저 월 2000원에서 1만원 △체력단련장은 최저 월 5700원에서 2만9800원 수준으로 저작권료를 차등 지급하고, 다만 50㎡ 규모 미만의 영업장은 사용료가 면제되는 것이 골자다. 사용료는 저작권자를 위한 ‘공연료’ 2000원에 연주자 등을 위한 ‘보상금’ 2000원을 합쳐 모두 4000원으로 책정된다.

징수 규정에 따라 스타벅스는 월 2만원에서 4000원으로 5배 낮은 사용료만 낼 수 있게 됐다. 콤카에 따르면 한국에서 매출 1조가 넘는 스타벅스가 내는 지불 비율은 매출 대비 0.006%다. 스타벅스를 포함한 상위 5개 커피전문점은 매출액 대비 평균 0.012%만 지불하고 상위 5개 주점 역시 매출액 대비 0.008%만 낸다.

콤카 관계자는 “문체부 안에 따르면 면제 대상인 소규모 영업장(50㎡ 이하)은 40%이고, 징수 대상 영업장 60%가 1등급(2000원)이어서 사실상 거의 모든 매장에서 2000원만 징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해외 사용료의 10분의 1 수준”…문체부 ‘이용자 수요’ 고려

해외 매장의 저작권 사용료는 어떨까. 미국 커피 전문점의 경우 월 최소 사용료는 3만 5000원, 독일·호주 2만원, 영국 1만 5000원 등 평균 2만원 선에서 책정됐다. 한국과 GDP 수준이 비슷한 스페인과 호주도 10배가량 많은 사용료를 받고 있다.

헬스클럽 등 체력단련장도 오는 8월 매달 음악 사용료 5700원씩 내야한다. 해외 사용료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헬스클럽. /사진=이미지투데이

체력단련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해외의 경우 월평균 사용료는 1만 5000원에서 2만원 수준으로 형성되는 데 비해, 문체부 승인 사용료는 5700원으로 3배가량 낮다. 콤카 측은 “체력단련장과 에어로빅장은 음악사용률이 99%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도, 저작권 사용료는 현저히 낮은 요율로 설정됐다”고 했다.

문체부는 사용료가 낮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이용자 측면을 더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저작권산업과 이영민 서기관은 “일본은 500㎡ 이하 매장에선 5000원만 받고 있어 일괄적인 국제 요율을 얘기하긴 힘들다”면서 “영세업자와 자영업자가 많은 우리 사업자 입장에선 안 내던 비용을 지불하는 측면이 커서 제도적으로 안착한 후에 요율 인상 문제를 다시 거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매장의 모든 음악 ‘사용료’ 내야…국제 분쟁 소지도 ‘화두’

문체부 징수규정에 따라 매장에서 트는 모든 음악은 사용료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음원사이트 멜론에 가입한 사업주가 월정액을 지불하더라도 ‘매장 사용료’(공연료+보상금) 4000원은 따로 내야 한다.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인터넷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틀거나, 유튜브로 음악을 들을 때도 이 원칙은 사라지지 않는다.

매장에서 음악을 틀 때 논란의 소지가 되는 부분은 팝송 등 해외 저작물이다. 해외 음원은 상호관리계약이라고 해서 우리가 (팝송 등에 대한) 저작료를 징수해 해외에 보내주는데, 상대가 사용료에 대한 형평성을 제기해 국제 소송으로 갈 여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콤카 관계자는 “정부가 저작권의 기본 취지에 앞서 소상공인 눈치보다 국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