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원, 가계부채 우려 "다양한 스트레스테스트 시행 필요"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가계부채를 우려하면서 다양한 스트레스테스트(자본 건전성 심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스트레스테스트를 은행권 대출 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전체 익스포저(exposure)를 대상으로도 시행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최근 신용대출 등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가계대출 규제의 강도가 적정한 수준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제6차 금통위 의사록(3월 29일 개최)'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주택가격지수 15% 하락에도 은행의 자본적정성 저하 정도가 작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주택시장 충격이 금융기관 대출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2차 효과까지 포괄적으로 반영해 스트레스 테스트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 관련부서에서는 "주택가격 15% 하락 시나리오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의 주택가격 하락 충격을 감안해 설정된 것"이며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른 위원은 "한은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현재 은행을 대상으로 한 국지성 충격 분석에 머무르고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여러 리스크 요인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적인 충격 시나리오 하에 전체 금융시스템을 대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도 정례적으로 발표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위원도 "지난번에는 은행을 대상으로 금리와 주택가격의 복합 충격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으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대내외 다양한 위험요인들이 동시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테스트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관련부서에서는 "현재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에 비은행을 포함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며 "시나리오도 유관 부서와 협의해 거시경제와의 연계성을 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정부 규제가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되자 집단대출, 전세대출, 기타대출 등 신용대출 증가세는 오히려 빠른 것으로 나타난다"며 "현재 거시건전성 정책 강도가 가계부채 안정화를 유도하기에 적정한 수준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계부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빅데이트를 활용하는 등 통계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위원은 "서베이(survey) 자료인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 이외에 엄밀한 분석을 위해서는 신용카드 사용정보 등이 포함된 빅데이터를 구축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가계부채 수준과 연계된 가계부문의 재무건전성 및 영향에 대해 더 정확한 상황 판단 및 분석을 위해서는 소비 자료 등 가계부문 통계의 개선 및 확충이 필요하다"며 "통계청 등에서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당행이 구축할 수 있는 데이터는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위원은 국내 외환스와프시장의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외화자금 공급 여력 제한과 외화자금 수요의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며 "외환스와프시장의 경우, 앞으로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외국인 및 외은 지점을 중심으로 외화자금 공급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외화자금 수요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해외투자 및 환헤지 수요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동시에 시장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환스와프레이트 등 파생상품 지표를 금융안정지수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자본 유출입과 관련해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부채뿐만 아니라 외화자산도 달러-원 환율 수준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정되고, 그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