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시켜 경로당에 냉장고 기부한 시의원 2심서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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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후배를 시켜 경로당에 김치냉장고를 기부하게 한 현직 시의원에게 1심과 달리 유죄가 인정됐다. 법원은 제3자를 통한 기부행위를 폭넓게 허용하면 선거 관련 정치인의 기부가 무분별하게 이뤄질 것이라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신모 원주시의원(52)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지만, 신 의원은 그렇지 않아 직을 유지하게 됐다.

신 의원은 2016년 9월 원주시의 한 경로당에 고등학교 후배인 김모씨를 통해 52만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기부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의회 의원은 선거구 내 단체·시설에 기부 행위를 할 수 없다.

1심에선 냉장고를 기부한 사람을 신 의원으로 봐야 할 지, 아니면 김씨로로 봐야 할 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냉장고의 기부를 부탁한 사람은 A 의원이지만, 실제로 냉장고를 골라 배달시킨 사람은 김씨였다.


재판부는 "냉장고에는 신 의원이 기부한다는 표식이 없었다"며 "신 의원에게 부탁을 받은 김씨가 자발적으로 기부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실행 경위 등을 볼 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신 의원을 기부 행위자로 인식했을 것이라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나중에 경로당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신 의원은 갔다"며 "당시 노인들에게 '이걸 내가 줬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보면 선거에서 표를 받으려는 목적으로 냉장고를 줬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렇게 부탁받아 기부하는 방법을 그대로 허용하면 앞으로 많은 정치인이 이런 식으로 할 것"이라며 "이런 기부 방식이 폭넓게 퍼지면 정치인이 직접 기부하는 것보다 훨씬 나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신 의원은 직접 기부한 게 아니라 후배라는 제3자를 통해 돈을 내게 했다"며 "시에 관급 물건을 납품하는 후배 입장에선 시의원인 피고인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의원은 미리 계획하고 냉장고를 기부한 게 아니라 경로당 회장이 불편하다고 하니 구해준 좋은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이런 행위로 정치 활동을 못 하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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