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마존, 고객에겐 '천국' 직원에겐 '정글'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 전경.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기업문화 정점에는 '고객'이 있다. 이곳에선 고객에게 더 빨리, 더 많이,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쉴새 없이 움직이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베조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포럼 강연에서 전자책을 넘어 식료품, 패션, IT(정보기술), 우주항공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거침없이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직원 60만명의 초대형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단 한 가지의 공통 목표, 즉 '고객'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문화를 꼽았다.


먼저 고객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직원에게는 더없이 냉정한 베조스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일화가 있다. 베조스는 사업 초기인 1990년대 초반 직원들과 차가운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책을 직접 포장했다. 하지만 팔다리가 너무 아파 작업 속도가 더뎌지자 무릎을 탁 치며 이렇게 말했다. "무릎 보호대를 사면 되겠다"고. 결국 직원의 의견을 받아 배송 작업 전용 탁자를 구입했다.

베조스는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이후에도 '[email protected]'으로 고객 문의 메일을 직접 받는다. 고객에게 답장을 보내진 않지만 대신 해당 부서 임원에게 문의 메일을 전달한다. 그것도 '물음표'(?) 하나만 적어서 말이다. 베조스의 말에 따르면 물음표는 이런 의미를 함축한다. '이거 좀 확인해 볼 수 있을까?' 또는 '이런 일이 왜 일어난 거지?'.

아마존에서 '물음표' 메일은 '시한폭탄'과도 같다. 메일을 받은 부서는 문제가 발생한 이유와 해결방안, 그리고 소요시간 등을 명시해 답장을 보내야 한다. 딱히 원칙상 문제가 없다거나 부서 소관이 아니라는 식의 답변은 안 된다.


베조스는 "아마존은 배송 구역별 소요시간부터 택배박스 빈 공간 부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요소를 수치화된 기준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수치나 데이터가 고객 경험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대체로 후자가 맞다. 그동안 경험을 평가하고 수치화하는 방법이 잘못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회의실은 '전쟁터'라고 불린다. 먼저 '피자 두 판'으로 배 채울 수 없는 인원, 즉 10명 이상은 참여시키지 않는다. 또 파워포인트(PPT) 사용도 금지한다. 대신 회의에서 다룰 내용을 6쪽 분량의 글로 정리해오면 모두가 30분 동안 말없이 글을 읽은 다음 회의를 진행한다. 한 마디로 회의에 무임승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베조스는 "마치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학생이 예습해왔다고 가정하고 수업하듯 회의 진행하는 임원들이 많다"며 "다들 바쁘니까 안 읽어온 사람이 많은데도 그냥 진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용을 숙지할 시간을 준다"고 설명했다.

기습 질문에도 대비해야 한다. 브래드 스톤의 저서 '아마존, 모든 것을 팝니다'(2013)에 따르면 베조스는 연휴 기간에 회의를 진행하다가 빌 프라이스 고객서비스 부사장에게 "연휴 기간에 서비스센터에 통화하면 대기시간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다. 프라이스 부사장이 가볍게 "1분도 안 걸릴 것"이라고 대답하자 베조스는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고, 4분30초가 걸리자 격분해 전화기를 부술 듯 내려놨다.

아마존은 고객 중심의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 충성도의 기준인 유료 회원 수는 1억명을 넘었다. 전 세계에서 76명 중 1명이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반면 비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화이트칼라(전문 사무직 노동자) 연봉의 절반 수준인 블루칼라(생산직 등 단순노동직)에게도 화장실 갈 시간도, 점심 먹을 시간도 아껴야 할 정도로 혹독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