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北에서 뜨는 '서비스 산업' 고려해야"

머니투데이

세종=정혜윤 기자

인프라 시설과 제조업 위주의 남북 경제협력론에서 벗어나 서비스 산업 협력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경제의 시장화가 진전되고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3월 KIET 산업경제 정기 간행물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북한의 서비스산업'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이 주도하는 서비스산업은 북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1980년대까지 유지돼 온 제조업, 특히 중화학공업 중심 성장 모델 붕괴 이후 서비스 산업이 북한 경제회복과 성장을 주도하는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통계청의 북한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2016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서비스업이 31.1%를 차지했다. 광공업(33.2%)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컸다. 1990년까지만 해도 서비스업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1992년 20.9%, 1995년 30.3% 이후 30%대를 유지했다.

보고서는 서비스 산업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경제성장 초기 주도적 역할 담당하는데, 북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대부분 국영 제조업 기업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서비스 산업이 많은 노동자들에게 일자리와 소득 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상업·유통 등 서비스 산업은 1990년대 이후 실질적인 고용이 증대된 유일한 산업으로 추정된다.

2016년에 통일연구원에서 발행한 '북한 전국 시장 정보: 공식시장 현황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400여개 종합시장 종사자수는 매대를 기준으로 1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서비스 산업의 발달은 북한 정부 재정의 투자 기능이 약화된 가운데 전반적인 투자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이후 정부는 한정된 재원을 군수부문이나 발전소 등 전략적인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입했고, 다른 부문의 공적 투자를 줄였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상점이나 식당, 버스회사나 택시회사 등을 모두 개인이 투자해 운영하면서 정부 재정 투입 없이 전국 상점 시설이 현대화되고 상품 수도 증가 추세다.

상업·유통업이나 운수업, 식당업은 주로 지방 정부나 관련 기관의 재정을 확충하는 형태로 중앙정부 재정에도 도움을 줬다. 예를 들어 종합시장에서 매대별로 장세를 징수하는데 이렇게 징수된 장세가 주로 지방정부 공무원의 월급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경제 시장화 진전되고 서비스 산업 중요성 커지고 있는 만큼 인프라나 제조업 중심 남북경협론에서 벗어나 서비스 산업에서의 남북한 경제협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상업·유통 분야에서의 소규모 협력사업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종합시장 등 집단적인 상업시설의 현대화 지원, 도시 지역 소액 금융사업(micro credit)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후 점차 대형 유통이나 통신,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부문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남북 경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유통부문 경제협력이 제조업 분야 남북경협 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는 관광 산업으로 꼽힌다. 그는 "북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업종의 하나가 관광 산업인데, 북한이 자체 자금으로 부족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관광 산업에서의 남북한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