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보편 요금제…입법 문턱부터 '먹통'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가 입법 절차 첫 단계인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제개혁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남아 있는 입법과정 역시 순탄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편요금제가 헌법상 자유시장 경제 원칙에 위배되는 등 반대입장의 근거가 분명한데다 알뜰폰 등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 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 쉽게 결론이 날 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말많던 보편요금제, 입법 첫 문턱에서 ‘삐걱’=1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규제개혁위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보편요금제 도입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규제심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는 11일 회의를 재개키로 했다. 규제개혁위는 3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업계, 소비자단체, 가계통신비협의회 위원장 등의 의견을 청취하고 질의 응답을 진행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월 2만원대에 300분의 무료 음성통화와 1GB(기가바이트)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보편요금제는 가계통신비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위해 구성된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 업계, 소비자단체, 전문가, 정부가 참여해 논의했지만 찬반 결론을 내지 못한데다 이번 규제개혁위도 넘지 못했다.

규제개혁위는 회의 재개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를 섭외해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김지형 규제개혁위 위원장은 “규제심사 단계에서 충분한 협의가 안되면 (심사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충실한 심사를 위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를 섭외해 듣고 평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선 정파적 영향 더해져..논란 지속될 듯=보편요금제 도입이 정부 입법의 첫 단계인 규제개혁위에서부터 삐걱대자 남은 입법 과정에서도 잡음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 (51,300원 ▲300 +0.59%)에만 보편요금제를 의무 출시토록 했지만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할 때 KT (34,500원 ▲400 +1.17%)와 LG유플러스 (9,780원 ▲30 +0.31%) 등도 같은 요금 수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모든 이통사의 다른 요금제 조정이 불가피해 전체 요금정책을 전면 수정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는 사업자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일 뿐 아니라 사업자간 자율적인 요금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정부가 사실상 요금을 정해 시장 경쟁을 없애 소비자 후생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는데다 모든 요금제가 하향되면서 이통사 영업이익 60% 감소할 것이라고 업계는 강조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보편요금제가 헌법상 자유시장경제 원칙 위배된다는 점이다. SK텔레콤 측은 “보편요금제는 현행 법 체계를 비춰봐도 해외 사례를 봐도 유례가 없는 강력하고 침입적인 방식의 규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규제개혁위 등 정부 입법 절차를 통과해 국회에 가더라도 오히려 정파적인 영향이 더해져 논의 과정은 더욱 치열한 대립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는 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사회적으로 합의된 의견 도출이 나왔다고 볼 수 없는 단계인데다 논란도 여전한 상태에서 입법 절차를 강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현재 도입된 알뜰폰을 통한 요금 인하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알뜰폰 업체들이 내놓은 요금제가 보편요금제의 요금 수준 보다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통한 경쟁 유도, 나아가 전반적인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