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저격, 대답없는 삼성생명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아펠가모에서 열린 출입기자 대상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금융당국이 삼성생명 (89,300원 ▲2,900 +3.36%)이 보유한 삼성전자 (76,800원 ▲500 +0.66%) 지분 매각을 요구하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직접 겨냥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삼성생명은 묵묵부답이다. 즉각적인 해법을 들고 나오기 어려운 문제라 고민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침묵이 길어지면 자칫 당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냥 버티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 혼란도 우려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8일 "아직 삼성생명으로부터 어떤 접촉도 없었다"며 "간단한 문제가 아닌만큼 방안 마련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지금까지는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국회에 삼성생명과 관련한 법안이 제출돼 있는 만큼 그대로 방치하다간 기업이 부담스런 강제적인 방법에 직면할수도 있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한 달여 전인 지난달 20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자발적인 매각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사전에 삼성 측과 사전 교감 없는 '깜짝' 입장 표명이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한도는 감독규정상 총자산의 3%인 약 6조4000억원대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약 213조원이다. 취득원가(주당 약 5만3000원대)로 계산하면 특별계정을 제외한 현재 보유분은 문제가 없지만 시가 즉 공정가액으로 평가하면 한도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23%(약 5억3100만주, 특별계정 제외)의 평가가치는 이날 종가 5만2300원 기준 약 28조원대에 달한다.

삼성생명의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는 20조원대 지분 매각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쉽게 내다 팔 수 없는 데다 결국 그룹의 지배구조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재계 및 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그룹의 현재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 이른바 '3% 룰' 위반을 해소할 방안은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지분을 4.65% 보유 중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렇게 되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가 돼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수 있다. 개정안은 특정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 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회사 주식 확보 비율에 맞춰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야 해 비용 부담이 약 45조~50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지분을 남기고 처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지만 이렇게 되면 '3% 룰' 위반을 해소할 수 없어 금융당국이 용인하기 어려워진다. 삼성생명이 삼성물산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최소 4.65% 이상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지분 매각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 오는 2021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 도입, 금융그룹통합감독에 따른 자산편중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