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출신 음악가가 꽃피우는 평창대관령 음악 축제

29일 서울 용산구 일신홀에서 열린 제15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기자간담회에서 (왼쪽부터)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과 손열음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

"클래식 음악에는 '듣는 사람을 사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무수한 변용을 거쳐 형언할 수 없는 지경의 끝이 클래식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음악제에서 많은 분들이 이런 진기한 경험을 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손열음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올 여름 강원도 대자연과 클래식 선율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음악축제가 열린다. 평창올림픽 이후 처음 열리는 '제15회 평창대관령음악제'가 7월23일부터 8월5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리조트 내 콘서트홀과 뮤직텐트를 비롯한 강원도 일대에서 펼쳐진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올림픽 추진에 맞춰 2004년 시작된 후 15년간 국내 대표 클래식 음악 축제로 성장했다. 1대 예술감독 강효, 2대 정명화·정경화에 이어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새 예술감독으로 부임하고, 평창올림픽을 마친 후 처음 열리는 만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011년부터 음악제에 참가해온 손 감독은 '최연소 감독'이자 '강원도 출신 첫 예술감독'으로도 주목받았다.

손 감독은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세계가 아는 평창으로 거듭났다"며 "앞으로는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음악이 있는 평창(Music in PyeongChang), 줄여서 '엠픽'(MPyC)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올해 음악제 주제인 '멈추어, 묻다'(Curiosity)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나는 천재가 아니다, 단지 궁금해할 뿐'이란 명언에서 출발했다. 클래식 음악의 힘을 통해 빠르게 돌아가는 요즘, 많은 이들이 잊고 살고 있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자는 취지다.


새 감독을 맞아 음악제도 '새 옷'을 갈아입었다. 첫 주에 연주되는 28곡은 지난 14년간 음악제에서 한번도 연주되지 않은 평창 '첫 손님'들이다. 둘째 주에 연주되는 24곡 중 18곡도 처음 연주된다. 베토벤 '하머클라비어 소나타'의 교향악 편곡 버전, 멘델스죤 8중주의 피아노와 현악 4중주 버전 등 귀에 익숙한 원곡들도 생소한 편곡 버전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매년 선보였던 '오마주 투 바흐'는 '솔리 데오 로리아'로 재탄생했고, 2020년 탄생 250주년을 맞는 베토벤을 기념해 베토벤 작품으로만 채운 공연 '그래야만 하는가'(Muss es sein)도 올해부터 매년 편성한다. 공연 시작 30분 전, 손 감독이 직접 무대에 올라 당일 연주할 아티스트를 인터뷰하는 '프리-콘서트 토크'도 구성했다.

'Going Home'이란 주제로 열리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는 손 감독을 비롯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우리나라 출신 음악가들의 협연이 펼쳐진다. 그동안 평균 2회 열렸던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의 공연도 총 4회로 확대했다.

'평창대관령 음악학교'에도 다양한 변화를 줬다. 개인 레슨과 마스터클래스 위주의 전통적인 교육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와 실내악 레슨을 병행해 앙상블 능력을 높이는 교육으로 장려할 방침이다. 음악이론, 예술사, 악기별 개론, 음악산업 종사자들과의 대화, 체력 관리법 등 다양한 특강을 편성하고 협주곡 콩쿠르 규모도 대폭 확대했다.

평균 7~8회 진행하던 '찾아가는 음악회'는 올해 11회로 늘렸다. 정식 공연장 뿐만 아니라 오대산 월정사, 원주 뮤지엄 산 등 지역 명소에서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케스트라 시리즈'의 첫 날(7월28일) 지휘봉은 KBS 교향악단 지휘자였던 드미트리 키타옌코가, 폐막 공연(8월4일) 지휘는 정치용이 맡아 드뷔시와 번스타인을 들려줄 예정이다.

음악제를 주관하는 강원문화재단 김성환 이사장은 "올림픽 성료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음악제는 그야말로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는다"며 "이제 평창대관령 음악제는 세계 유수의 음악제들과 견줄 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갖춤과 동시에 지역민들의 지지와 사랑으로 커나갈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8 평창대관령음악제 포스터/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