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발목잡는 과거' 종결…북미관계 '대반전' 시동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 /사진=뉴스1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1948년 분단 후 70여년간 지속된 북미간 냉전과 대립의 역사를 무너뜨리는 의미를 지닌다. 비핵화 합의문은 밑그림 수준으로 도출됐으나, 불신을 거듭했던 양국이 신뢰관계로 나아갔다는 것만으로 큰 진전이란 평가다.

◇북미, '비핵화·체제안전보장' 포괄 합의= 두 정상의 합의문은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영구적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 △전쟁포로 유해 발굴 송환 등 4개항이다. 북한은 지난 4·27 판문점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포괄적으로 합의한 바 있어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론과 시간표가 명시될 것으로 기대됐다.


북미 양국 간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명시할지, 북한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및 폐기 등 내용을 담을지 등을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개된 합의문에 따르면 양측은 북미 정상은 첫 회담에서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세부방안을 약속하기보다, 양 정상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는 ‘상견례’이자, 긴 협상의 시작으로서 의미를 두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향후 북측 고위급 관료와 이날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협상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업무오찬을 한 뒤 호텔 안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사진=뉴스1

◇김정은-트럼프, 신뢰회복 '첫발'= 합의문 내용보다 주목되는 것은 과거 극복과 새로운 역사를 향한 북미 양 정상의 거침없는 행동과 발언이다. 양 정상은 첫 대면시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내 미소짓고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주고받는 등 격의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정상회담과 확대정상회담에서 “발목을 잡는 과거” “그릇된 과오” 등의 표현을 했다. 자아비판, 자아반성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는 북미 간 유구한 적대시관계에 대한 회고이자,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발언으로 분석된다. 북미간 반목을 초래한 과거 비핵화 협상 파기의 원인이 미국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파격적이란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과거 미국 대통령과 달리 김 위원장을 정상국가의 지도자로서 존중하고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 특히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시작한 데 대한 공을 김 위원장에게 돌리면서 면전에서 치켜세웠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질문에 "김정은이 저만큼, 그 이상으로 무엇인가 이루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 동안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행동조치를 근거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판단하고 신뢰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7개월 동안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았고 핵실험도 없었다"며 "모든 미사일과 핵실험장을 폐기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북미, 중대 변화 약속…후속협상 주목= 양 정상은 수차례 북미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냉전의 중대한 변화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김 위원장은 “세계는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한반도와의 관계가 굉장히 달라질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될 것”이라며 “특별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이 합의문에 미처 담지 않은 공감대가 있음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대로 오늘 정상회담은 ‘프로세스’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합의문은 북미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고있다"며 "공동성명은 끝이 아닌 시작이고 출발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북한은 미사일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하고,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상징적 조치와 함께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 언급한 것이 특이할 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