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징계에서 대법관 제외되자 일선판사들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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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대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법관 13명을 징계절차에 회부했지만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 파문은 좀처럼 가라 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작 이 파문의 책임자로 지목된 대법관이 징계 대상에서 배제된 것을 놓고 법원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 1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등 13명의 법관을 징계절차에 회부했다. 아울러 고법 부장판사 2명과 지법 부장판사 3명에 대해서는 재판업무 배제조치를 했다.


일선 법관들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 자체 조사로 이 사안과 관련해 주의조치를 받은 고영한 대법관이 징계절차에 조차 회부되지 않은 사실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전형적인 '대법관 봐주기'라며 날선 비판도 나온다.

3차 조사를 진행한 특조단의 조사보고서에는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의 구체적인 지시 정황이 적시돼 있다. 이에 앞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고영한 대법관(전 법원행정처 처장)이 "사법행정권의 적법하고 적정한 행사에 관한 관리감독을 다하지 못했다"며 주의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대법관이 겸임하는 법원행정처장은 행정처 사무에 관한 관리·감독권한을 갖는 최종 책임자다. 양승태 사법부에서 전반기에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후반기에는 고영한 전 대법관이 행정처장을 맡았다.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고영한 대법관(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작년 초 사법행정권 남용이 없다는 취지로 읽히기 충분한 허위공지를 자기 명의로 올린바 있다"며 "직무상 거짓말은 그 자체로 심각한 품위유지의무위반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은폐를 위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차 연구위원은 "고영한 대법관이 징계대상에서 빠진 것은 신영철 전 대법관 촛불사건 배당개입 때 나타난 '현직 대법관 봐주기'의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 당시 신영철 전 대법관은 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촛불재판' 개입 논란을 빚었다. 신 전 대법관의 행위는 법관독립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당시 대법원 윤리위원회는 신 전 대법관에게 경고·주의조치를 권고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행정처 출신인 A 판사는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 아니라 행정업무를 담당한다"며 "독립성이 인정되는 재판과는 달리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직위"라고 말했다. A 판사는 "윗선 지시대로 일을 진행한 후배 법관들은 징계에 회부되는데도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B 부장판사는 "이번 징계회부 대상에 고법 부장판사 4명이 포함 돼 고법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이어 "행정처에 재직 중이던 고법 부장 역시 법원행정처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았을 뿐인데, 이들은 징계에 회부하고 대법관은 징계대상에서 뺀 것을 '대법관 봐주기' 말고 뭐라로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사실상 '솜방망이' 징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징계회부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C 부장판사는 "징계심사를 하게 된 법관징계위원회 위원 대다수가 법원행정처 출신인데다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임명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고등법원 부장, 법원장, 대법관 회의에서 계속 '수사만 피하자'는 식의 결론이 내려졌던 이유가 바로 징계절차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 때문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징계회부는 결국 내부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만 위협적일 뿐"이라며 "이미 법원을 떠난 관련자들, 사건과 관련이 있는 대법관에 대한 법적 책임은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통해 정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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