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민단체 십자포화에 '회장 선임' 난항 포스코

차기 포스코 (394,500원 ▲2,000 +0.51%) 회장 선임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정권 외압설 등을 주장하며 회장 인선 과정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후보자 비공개 방식을 두고 '밀실 인사' '깜깜이 인선'이라는 비난이다. 일각에선 민영화된 기업 회장 선임에 정치권 등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곽 드러나는 차기 회장=5명의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 승계카운슬은 20일 회의를 열고 5명 안팎의 최종 면접 대상자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계카운슬은 지난 14일 열린 7차 회의에서 11명의 회장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했다.


승계카운슬이 이날 압축된 회장 후보 명단을 CEO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에 제안하면, 추천위는 오는 22일 전후로 심층 면접을 진행해 1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게 된다. 포스코는 25일경 이사회를 열고 1인의 회장 후보를 사내이사 후보로 임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할 것으로 보인다. 임시 주총은 내달 27일로 예정돼있다.

승계카운슬은 글로벌 경영역량, 혁신역량, 핵심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 및 추진역량을 가진 사람을 회장 후보로 뽑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재계에서는 포스코 내부 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8명의 회장 중 김만제 전 회장을 제외한 7명이 모두 포스코 내부 인사 출신이다.

현직 내부 인사로는 장인화 사장(철강생산본부장)과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이 거론된다. 외부 후보자로는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 사장, 조석 전 지식경제부 차관,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깜깜이 인선' 논란…공정성 제고 vs 투명성 훼손=포스코 정관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사회 주도로 'CEO 승계카운슬'을 구성했다. 포스코는 사내외 이사로 구성되는 승계카운슬 제도를 2013년 도입했다. 구성은 조금씩 바뀌는데 이번에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5명이 참여한다. 사내이사 1명은 권오준 회장이다. 권 회장은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물러났다.

승계카운슬은 최종 면접 대상자를 추천위에 제안하고, 추천위가 심층 면접을 통해 1명의 회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도록 규칙을 정했다. 추천위는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이뤄진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2007년 도입됐다. 이사회에서 단독으로 선출된 후보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출되고 포스코는 이사회를 다시 열고 이 사내이사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한다.

회장 선임 때마다 외압설에 시달렸던 승계카운슬은 올해 인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후보군 명단은 물론 선정 이유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 외압설 등 다양한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진행 중인 인선 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승계카운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사외이사는 이날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원점 재검토 관련) 논의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투명성'을 최우선 순위로 밝혔던 승계카운슬이 후보를 압축하기 전 외부 후보를 추가로 받는 등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성 훼손을 이유로 비공개 방침을 정한 카운슬이 스스로 발목을 잡은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사실 회장 선임 작업 난항은 예견됐던 일이다. '주인 없는' 큰 기업 총수 선임에 관여하고 싶은 집단이 많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00년 9월 완전 민영화됐다.

10.79%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의 최대주주다. 이렇다보니 CEO 선임 권한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정치권 등 외풍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포스코 회장 후보군 선정과 최종 임명은 전적으로 사외이사들의 합의를 통해 결정되는 구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CEO 선임을 사외이사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다는 내부 구성원과 전문적인 외부 평가기관에 맡기는 방법도 필요하다"면서 "정치권도 자신의 입맛대로 인선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