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트인 은행권 인도 진출

국내 은행권에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인도 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인도 정부의 인·허가 문턱이 조금씩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인도중앙은행(RBI)으로부터 인도 구르가온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위한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본인가 절차가 남았지만 인력·시설 등의 물리적 인프라만 갖추면 획득이 무난하기 때문에 지점 전환의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본인가 후 지점 개소 시기는 내년 1분기 중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2012년 6월 뭄바이 사무소를 시작으로 인도 진출에 나섰다. 2016년 1월 구르가온으로 사무소를 옮기고 지점 전환을 추진해 왔다. 구르가온이 인도 내 신흥 IT 중심지로 급부상한 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도 진출해 있어 영업의 여건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점 전환 예비인가는 쉽지 않았다. 인도 정부가 전통적으로 외국계 금융사의 인·허가에 인색한 데다 과거 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부실 사건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문 대통령의 인도 방문길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등 은행권 수장들이 대거 동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인도 정부가 문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계 은행들의 숙원 사업 관련 인·허가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국민은행 다음으로는 KEB하나은행의 구르가온 지점 신설, 우리은행의 법인 전환 순서로 인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인도에서 첸나이지점을 운영 중인 KEB하나은행은 구르가온 지점 신설을 위한 인도 정부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첸나이·뭄바이·구르가온 등 3개 지점을 운영 중인 우리은행은 이들을 관리하는 인도지역본부의 연내 법인(인도우리은행)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6개의 지점을 인도에서 운영 중이다.

은행권이 인도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은 13억명의 인구, 연 7% 이상의 성장률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반면 금융시장은 계좌를 보유한 인구가 전체의 20% 미만일 정도로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남아와 함께 인도는 국내 은행의 글로벌 진출 최대 접전지”라며 “지금까지는 인도 정부의 인·허가 여부가 최대 관건이었다면 내년부터는 각 은행의 영업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