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단계별로 남녀 성비 다 공개하라"…일자리위 지속적 압박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장지연 일자리위원회 여성TF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자리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 여성TF 팀은 이날 공공기관 채용 과정 관리 표준 메뉴얼 도입, 성평등 채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공정성 강화 방안과, 감독 및 제재 강화를 위한 신고센터 운영 및 집중 근로감독 방안, 채용 기반 강화 및 인식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 사진=뉴스1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은행권에 채용단계별로 남녀 성비를 공개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류전형, 필기시혐, 면접 등 채용단계별로 남녀 합격자 비율을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17일 “여가부가 ‘성평등 채용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은행권에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을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반영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평등 채용 가이드라인’은 지난 5일 일자리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채용 성차별 해소방안’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가이드라인에는 면접시 성희롱·성차별적 질문 금지 등 사전교육 실시, 심사위원 성비 균형 등 성차별 예방을 위한 실천 방안이 담긴다. 특히 여가부는 채용단계별 남녀 성비 공개도 가이드라인에 담을 예정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채용단계별 성비 공개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위원회는 지난달 은행연합회가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기 위해 의견을 수렴할 때도 성차별 금지와 함께 채용단계별 성비 공개를 모범규준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은행권은 “과도한 규제”라고 반대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조차 채용단계별 성비를 공개하지 않는데 사기업인 은행들이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도 어긋나고 오히려 성비를 공개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2일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제정안을 논의하는 은행연합회 규제심의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은 “일자리위원회의 채용단계별 성비 공개는 은행권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일자리위원회와 여가부의 요구가 과도한 규제라는 은행권 의견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도 비슷한 의견을 밝혀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채용단계별 남녀 성비 공개는 넣지 않았다.

대신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최종합격자의 남녀 성비는 공개하기로 했다.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채용 성차별 해소방안’에도 은행권의 신입직원 최종합격자 성비 공개가 포함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신규채용 최종합격자의 성비를 은행 경영 공시에 포함하도록 ‘은행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시행세칙 개정이 마무리되면 은행권은 올해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 때부터 최종합격자의 남녀 성비를 공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