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수수료' 소상공인페이 도입…소상공인 "글쎄요"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신용카드, 모바일페이 등 현금이 아닌 다른 결제수단 이용을 권유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상공인페이'(소상공인 전용 앱투앱 결제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소비자 사용 유도 계획이 빠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과연 이걸 사용할지 모르겠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정부는 1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연내 '소상공인페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일정 금액을 충전한 뒤 바코드 등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 대신 소상공인페이를 이용할 경우 결제수수료는 연매출에 따라 △3억원 이하는 0.8→0%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1.3%→0.3% △5억원 초과 2.5→0.5%로 낮아진다.


편의점 업계는 소상공인페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장은 "소상공인페이가 열풍을 일으켜 너도나도 소상공인페이를 사용해 수수료 부담이 줄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냐"면서도 "소상공인페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건네는 단순 행위 대신 어플을 켜고 바코드를 찍는 복잡한 행위로 바꾸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다. 계 회장은 "삼성과 LG 등 휴대폰 제조 대기업들도 자사의 결제시스템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신용카드를 완전히 이기지 못하지 않았냐"며 "포인트 등 유인책이 많은 휴대폰 간편결제도 신용카드를 이기지 못하는데 국민들이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목적 하나만으로 불편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페이가 '신용거래'가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페이는 신용 외상거래가 아니라 충전해서 결제하는 방식"이라며 "체크카드도 잘 사용하지 않는 환경인데 소상공인페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판은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지난 5월 '소상공인페이'와 '서울페이' 구상을 처음 제안했을 때부터 제기됐다. 정작 페이 시스템을 이용할 소비자에 대한 유인책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중기부는 당시 중국의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을 거론하며 소비자 불편함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보급 전에 페이 시스템이 상용화된 중국은 신용카드에 먼저 익숙해진 우리나라와는 환경이 다르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사용하도록 유인책을 줘야하는데 0%대 수수료인 만큼 세금으로 혜택을 주는 수밖에 없다"며 "세금 사용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준의 파괴력을 지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핀테크의 발전으로 소비문화가 달라지고 앱투앱 결제가 확산될 수는 있지만 그건 문화의 문제"라며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좋으니 쓰라'고 강요한다고 소비자들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