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크라우드펀딩 사실상 개점휴업…사업 손뗀 곳도

2016년 1월, 정부 유인책에 이끌려 증권사들이 크라우드펀딩 사업에 나섰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거뒀음에도 최근 사업을 철수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연계 업무 허용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크라우드펀딩 15건 중 증권사가 중개를 맡은 것은 IBK투자증권의 '정가진면역연구소'와 '아보네' 등 두 건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전업사가 진행 중인 펀딩으로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의 중기특화증권사는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다.


이 가운데 KTB투자증권은 최근 수익성에서 한계를 느끼고 크라우드펀딩 관련 부서를 해체했다. 수수료 수입이 워낙 적은 데다 중기특화증권사 선정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진행할 동력을 잃은 것이다. 중기특화증권 선정 심사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사업을 유지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중기특화증권사 중에선 가장 많은 펀딩 성과를 냈던 점을 고려하면 타 증권사 상황은 더욱 열악할 것으로 관측된다.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크라우드펀딩 누적 금액은 15억 232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유진투자증권(4억 5924만원), IBK투자증권(3억 5150만원), 코리아셋투자증권(3억 2465만원) 등의 순이다.

크라우드펀딩이란 불특정한 다수(crowd)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주식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주식과 채권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당국은 2016년 모험 자본을 활성화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도입하고 증권사에 중개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중개업자에게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유인할 요인이 적다는 점은 도입 초기부터 계속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크라우드펀딩 자체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적은 데다 차이니즈월(정보교류차단장치) 규제로 연계 업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개업자의 경우 모집금액의 80% 이상을 청약에 성공했을 때 해당 금액의 5~7% 가량을 중개수수료로 얻는다. 5억원을 모집했을 경우 중개수수료를 5%로 가정할 경우 중개업자가 얻는 수익은 2500만원 수준이다.

한 증권사 크라우드펀딩 업무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은 자본시장법이 그대로 적용, 중개업무로 분류돼 IB(투자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크라우드펀딩 담당 부서가 관련기업 간 M&A(인수·합병) 및 투자를 주선하고 경영 자문도 나서는 등의 업무가 연계돼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