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 '원세훈' 문건 또 나와…대법원 "못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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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양승태 사법부' 당시 재판 거래와 판사 사찰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여론조작 사건 관련 문건이 추가로 나왔다.

앞서 대법원 자체조사단이 '원세훈' '국정원' 등 키워드를 넣어 검색한 데에는 포함되지 않은 새 문건이 발견되며 당시 특별조사단의 전수조사가 부실했거나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등의 의구심도 제기된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디지털 포렌식 수사 중 발견된 해당 문건은 앞서 검찰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410개 의혹 문건 외의 것이다. 이 문건엔 2013년 1심 공판 진행상황 및 검찰의 공소장 변경신청 관련 검토내용 등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한 상고법원과 관련,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대한 왜곡된 설문조사를 벌여 여론을 조작하려던 정황도 포착됐다.

이는 앞서 검찰에 제출된 410개 문건 중 제목만 공개됐던 '특정언론사 홍보전략'에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4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과 기획조정실이 함께 작성한 이 문건은 전국 변호사들을 상대로 상고법원 설치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하는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는 원하는 결론을 내기 위해 설문 문항을 행정처 측이 작성하고 지역별로 가중치를 매겨 찬성의견의 반영 비율을 높이려 했고, 왜곡된 설문조사 결과를 특정 언론사에 제공해 유포할 계획 등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이같은 계획이 실행됐는지 조사하는 한편,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1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3년 8월 말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이던 정다주 현 울산지법 부장판사가 청와대를 한 차례 직접 방문한 일이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해볼 방침이다.

이처럼 새로이 문건이 발견되거나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문건 내용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법원은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관련 문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제될 문건이 많은데 안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법원이 (자료제출) 협조를 잘 안 하고 있다"며 "410건 문건 외에도 (발견된 문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문건이 발견되는 것과 관련해 "(당시 대법원 자체조사를) 전수조사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 제출된 문건이 그렇게 양이 많지 않다"고도 했다.

특히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임 전 차장 등 컴퓨터 하드디스크 이미징(복제)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된 언론·정치인 관련 문건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같은 관계자는 "그 선(안 처장)에서 (제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데, (조사) 시작한 지가 언제인데 지금도 (제출) 결정을 안 해준다"고 토로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조단이 (제출한) 410개 문건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입장을 말할 수 없다"고만 했다.

검찰은 이밖에도 양승태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을 매개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한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와 관련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해마루의 김모 변호사를 최근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했다. 특조단 조사보고서에 실린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에 담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2015년 3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된 이 문건엔 주일대사를 지낸 바 있는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최대 관심사가 '한일 우호관계 복원'이어서 해당 소송에 대해 청구기각 취지의 파기환송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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