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수부 회장 5주기…광동제약 "여전히 큰 가르침"

고 최수부 광동제약 창업주가 직원들과 대화하는 장면/사진제공=광동제약

외환위기에 접어든 1998년 4월, 광동제약은 1차 부도를 맞았다. 최수부 회장이 어렵게 파산 위기를 걷어냈지만 상황은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이 때 직원들이 나섰다. 그해 상여금을 전액 반납하기로 한 것이다.

최 회장은 보유하던 주식 중 일부인 10만주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1963년 광동제약 창업 후 최대 위기를 오너와 직원들은 한 몸이 돼 극복했다. 이 때 최 회장은 '시련은 산삼보다 더 좋은 보약'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24일은 광동제약 창업주 고 가산 최수부 회장 타계 5주기가 되는 날이다. 광동제약은 5주기를 맞아 최 회장의 창업 정신을 기리고 새 각오를 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제약사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맨 손으로 광동제약을 일으켰다. 1990년대 광동 우황청심원 CF에 직접 출연해 한때 상당한 유명세를 탔다. 최 회장은 한방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연 최초의 제약인으로 기록된다. 남다른 고집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고 품질을 추구해야 한다'는 경영 원칙을 고수했다. CF는 그의 원칙을 그대로 보여줬다. 좋은 약재를 구하기 위해 건재약방 수십 군데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재료를 확인하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1974년 탄생한 광동 우황청심원은 그의 집념이 담긴 제품이다. 핵심 원료인 사향과 우황은 귀한 재료였다. 그만큼 엉터리도 많았고 질도 천차만별이었다. 국내는 물론 홍콩과 대만을 직접 돌아다니며 좋은 재료를 찾았다. 회사를 경영하는 내내 사향, 우황 같은 주요 약재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골랐다.

1975년 출시한 광동 쌍화탕도 최상의 재료를 고집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다. 당시 경쟁사가 열 군데 넘었지만 소비자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최 회장의 해결책은 간단했다. 최상의 재료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 품질을 확인한 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사들였다. 출시한 지 두 달만에 월 50만병 이상 팔리는 인기제품이 됐다.

최 회장 어록처럼 외환위기는 광동제약에 '산삼보다 더 좋은 보약'이 됐다. 노사가 한 마음으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직원들은 상여금을 자진 반납한 것에 더해 승진과 임금을 동결했다. 30분 먼저 출근하고 연장 수당도 반납했다.

외환위기가 끝난 2000년 회사는 직원들이 자진 반납했던 상여금 전액을 모두 지급했다. 직원들에게 크게 신세를 진 최 회장은 생전 "노사는 결코 갑을 관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경영수완은 마시는 비타민C '비타500'에서 정점을 이뤘다. 2000년대 초반 비타민C는 알약 형태가 전부였다. 비타500은 최 회장 진두지휘 아래 수십 번 시제품을 만든 끝에 나왔다. 이 때 경험이 밑거름이 돼 광동제약은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 히트 상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최 회장이 생전에 '회사를 경영하며 돈을 얻었다면 그건 조금 얻은 것이다. 명예를 얻었다면 많이 얻은 것이다. 하지만 신뢰를 얻었다면 모든 걸 다 얻은 것과 같다'고 했다"며 "성장이 멈춘 오늘날 우리 경제에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