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페이' 수수료 제로 구간 놓고 '진통' 예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에 서명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정부와 서울시, 은행 등 민관이 공동으로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서울페이 등 모바일 간편결제(이하 공공페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수수료 제로'(0원)를 적용받는 소상공인의 범위에 관심이 집중된다.

공공페이의 수수료는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가맹점 매출을 기준으로 차등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수수료 제로 구간에 대해서는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연매출 3억~5억원 이하 소상공인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서울시 등 일부에선 편의점과 같은 고매출·저수익 소상공인들을 위해 기준을 10억원까지 확대해야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공공페이 추진 민관합동 TF는 이번 주중 전체회의를 열고 수수료 부과 기준과 방식 등을 논의한다. 매주 1~2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중 추진계획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민관합동 TF는 중기부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지방자치단체,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민간전문가 등으로 꾸려졌다.

공공페이의 수수료는 가맹점별 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사실상 결정됐다. 반면 수수료 제로를 적용할 매출 기준선에는 온도차를 드러난다. 공공페이의 정책 효과와 사업구조의 지속성을 두고 적정선 찾기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매출 구간을 가장 폭넓게 열어놓고 검토 중이다. 기존 신용카드 기준 매출 구간보다 확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수수료 제로 매출 기준을 연간 10억원 이하로 설정하는 방안도 나왔다. 매출 기준이 10억원으로 올라가면 사실상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자영업자 평균매출은 3억8892만원, 전국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서울 강남구 평균매출도 8억2692만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관합동 TF에서 여러 기준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방안을 조율해갈 것"이라며 "서울시의 고민은 (기존 수수료율 체계와 달리) 고매출·저수익 소상공인을 어떻게 포함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기부 등은 기존 신용카드 매출 구간을 기본 골격으로 추가적인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우선 살펴보고 있다.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우 우선적으로 수수료 면제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6일 범정부 대책으로 발표한 '저소득층 일자리, 소득지원 대책'에 공공페이의 수수료 부과안으로 △매출 3억 이하 0% △ 3억~5억원 이하 0.3% △5억원 이상 0.5%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매출 구간과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확정된 부분이나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이 없다"면서 "매출 구간별로 차등 부과하되 최대 수수료율이 0.5%를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민관합동 TF에서 제시하는 방안을 보고 후속 대응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공페이 매출 구간과 수수료율이 어떤 방향으로 정해질지 아직 들은 바가 없다"며 "결국 정부 등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거기에 맞춰서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영세 상인도 살리고 금융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사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현실적인 비용구조를 설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사업성이 없으면 결국 민간 참여자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