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말한 사우디 펀드 "테슬라 경쟁사 투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테슬라가 아닌 테슬라의 경쟁사 루시드 모터스에 투자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PIF가 루시드 모터스에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사우디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 PIF가 루시드 모터스의 주요 주주가 되는 조건으로 협약이 진행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PIF가 먼저 5억 달러를 투자한 뒤 현금을 2단계에 걸쳐 넣을 계획을 하고 있다"면서 "아직 협상 마무리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PIF의 루시드 모터스 투자가 눈길을 끈 이유는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PIF의 자사 투자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일 머스크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주당 420달러에 테슬라 상장을 폐지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후 PIF가 상장 폐지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테슬라의 경쟁사인 루시드 모터스에 PIF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2007년 설립된 루시드 모터스는 2016년 10만 달러짜리 고급 세단인 '루시드 에어 모델'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지만 아직 정식 전기차를 시판하지 않았다.

머스크가 PIF를 거론했을 당시 시장에선 이미 'PIF가 테슬라에 관심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미 경제방송 CNBC는 "다수의 PIF 관계자가 테슬라에 자금을 댈 가능성을 낮게 봤다"고 했다.

머스크 CEO는 해당 트윗으로 당국 조사까지 받게 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5일 테슬라에 머스크 CEO의 상장폐지 발언과 관련한 소환장을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EC는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위법이 발생했다고 판단할 때 조사를 시작한다"며 "소환장 발부는 SEC 고위 관계자들이 테슬라에 대한 공식 조사를 승인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존 커피 컬럼비아대 증권법 교수는 "머스크가 주당 420달러에 테슬라 주식을 사들여 비상장 회사로 만들 만한 자금이 있다는 걸 증명하지 않으면 트위터 발언은 주가 조작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머스크가 상장 폐지를 언급한 당일 테슬라 주가는 하루 동안 11%나 올랐다.

머스크 CEO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뷰도 테슬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CNBC는 "머스크의 인터뷰가 공개된 16일 테슬라 주가가 8.9% 떨어지며 2016년 6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인터뷰에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및 건강 악화를 호소했고 이는 테슬라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