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대실적 속 IB수입은 뒷걸음…증권사 희비 엇갈려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거둔 증권업계가 주력 사업인 IB(투자은행) 부문에서는 수익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하반기에 주요 기업 IPO(기업공개) 등 대형 거래가 예정돼 있어 IB 수익에서 반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49개 증권회사(12월 결산법인 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IB 수수료(인수·주선 및 매수·합병수수료)는 총 792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159억원)보다 2.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주식·채권·파생 중개로 벌어들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45.7% 증가했고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줘 거둔 신용공여 이자 수익이 38.5%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올 상반기 증권업계가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둔 가운데 IB 수익만 뒷걸음질친 셈이다. IB 관련 수수료 수익은 2015년 1조2294억원, 2016년 1조3049억원, 2017년 1조4573억원으로 최근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는 2분기 이후 증시 조정을 겪은데다 IB시장 경쟁 격화에 따른 수익 악화가 실적 둔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별로 희비가 엇갈렸고 중소형사 선전이 두드러졌다. KB증권은 올 상반기 IB 수수료로 증권업계 최대 규모인 854억원을 기록, 전통적 IB 강자인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을 제쳤다. KB증권은 올 상반기 현대제철, LG화학, SK인천석유화학, KT, LG디스플레이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며 DCM(채권자본시장)에서 우위를 확고히 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올 초 IB부서 인력을 60% 이상 확충하며 CJ헬스케어 인수금융, 현대오일뱅크 IPO 공동 주관 등의 성과를 거둬 기존 경쟁구도를 흔들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 상반기 IB 수수료 681억원을 기록, 지난해보다 87.8% 급증했다.

중소형사인 교보증권도 지난해보다 27.3% 증가한 380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흥국증권(465.6%)은 전년대비 증가율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전통적 IB 강자인 NH투자증권 (12,140원 ▲230 +1.93%)은 올 상반기 IB 수수료 580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26.9%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를 비롯, 굵직한 IB 거래를 앞두고 있어 실적 회복을 노리고 있다.

자기자본 8조원으로 업계 최대인 미래에셋대우 (7,470원 ▲140 +1.91%)도 올 상반기 IB 수익(559억원)은 지난해보다 1.4% 감소했다. 최근 PEF(사모투자펀드) J&W파트너스로 경영권이 매각된 SK증권 (597원 0.00%)은 IB 수익이 지난해보다 57.2% 급감해 실적에 부담을 줬다.

통상 IB거래가 하반기에 몰리는 경향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이 연말로 다가갈수록 대형 딜을 따내기 위한 승부수를 띄울 공산이 크다.

한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올 하반기에는 주식 거래량 감소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시황에 덜 민감한 IB 사업에서 얼마나 선전하는지에 따라 올해 전체 실적이 좌우될 것으로 보여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