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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영학의 희망과 사형제 폐지

인권위, 사형제 폐지 속도…사형폐지 반대 여론 설득해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야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입력 : 2018.09.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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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형폐지를 논해야 한다.”

이달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서 한 위원이 말했다. 인권위원 11명이 만장일치로 ‘사형제 폐지 국제규약 가입권고’를 결정한 자리였다.

인권위가 사형제 폐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의 취임 후 첫 전원위원회 의제도 ‘사형제 폐지 권고’였다. 인권위 사무처 관계자는 “현 정부가 올해 유엔(UN) 총회에서 사형제 모라토리엄(집행정지) 결의안에 찬성하길 기대한다”며 의제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인권전담 기관의 사형제 반대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1명을 제외한 모든 위원이 사형제 폐지 의견을 공유했다. 폐지를 반대한 위원도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지만 폐지를 위한 단계적 움직임에는 동의했다.

의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문제는 ‘어떻게 설득하느냐’였다. 위원들은 사무처가 작성한 결의안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초안에는 △생명의 존엄성 △범죄예방 효과 미비 △교화 가능성 등 대중에 이미 익숙한 ‘사형폐지 당위론’이 나열됐다. 위원들은 “사형 폐지를 당연한 수순처럼 말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애초 이날 안건이 의결되면 즉시 공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위원들의 지적으로 결의안 일부 내용을 수정해 다음날 오후에야 발표했다. 사형제 폐지가 쉽게 설득할 수 없는 사안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희망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이영학이 희망을 찾자 국민은 분노했다. 2심 재판부가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결정하고, 이영학이 감형마저 불복하는 동안 사형제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사형폐지를 반대하면 생명의 존엄성을 모르는 걸까. 생명권만 강조하는 ‘사형폐지 당위론’은 국민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다. 폐지 반대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납득할 만한 대체형벌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영학 사건으로 사형제 존폐에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높다. 최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사회적 논의의 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기자수첩]이영학의 희망과 사형제 폐지

이영민
이영민 letswin@mt.co.kr

안녕하십니까. 사회부 사건팀(관악·강남·광진·기상청 담당) 이영민입니다. 국내 사건·사고와 다양한 세상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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