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거기"?…다 같은 한강이 아닙니다

완연한 초가을 날씨를 보인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여의도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스1

한강공원 자주 가시나요? 무더위가 물러가고 나들이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공원마다 텐트와 돗자리를 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로 가득합니다. 한강은 서울시민들에겐 이제 빼놓을 수 없는 휴식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11개나 되는 한강공원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방문객 수부터 주차장 개수, 자전거 도로 길이 그리고 가까운 치킨집 수까지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공원만의 특색이 드러났습니다. 치맥족을 위한 공원과 자차족이 선호하는 곳까지, 한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하철역과의 거리는 공원 선택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난 3일 머니투데이가 19세 이상 성인 80명에게 '한강공원을 방문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점'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57.5%가 '교통 및 인접성'이라고 답했습니다. 대학생 양건혁씨(27)는 "어느 공원을 갈지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게 지하철역과의 거리"라며 "가까운 역을 딱 나섰을 때 바로 보이는 공원은 두 곳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방문객 수는 여의도(2408만명), 뚝섬(1824만명)이 압도적인 수치로 1,2위를 차지했습니다. 3위인 난지한강공원은 499만명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데는 편리한 교통이 한 몫 했습니다. 한강공원 가운데 지하철역과 맞닿아 있는 곳은 여의도와 뚝섬 두 곳 뿐입니다. 반면 강서한강공원은 지하철역으로부터의 거리가 약 1800m에 달합니다. 이런 차이로 방문객은 246만명으로 여의도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지난 3일 방문객이 몰려 주차공간이 가득 찬 서울 반포한강공원 /사진=남궁민 기자

자차족이 따져보는 것은 주차 여건입니다. 주차장이 가장 많은 곳은 여의도입니다. 2189곳으로 2위인 뚝섬(658곳)의 3배가 넘습니다. 여의도는 지하철역과 가까울 뿐 아니라 승용차를 이용하기도 편한 공원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방문객도 많아 '주차대란'이 펼쳐지는 경우도 잦습니다.

그렇다면 방문객 대비 주차장이 가장 여유로운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방문객 10만명당 주차장이 21.5개에 달하는 잠원입니다. 전체 평균(11.7개)보다 2배 이상 여유롭습니다. 반면 뚝섬은 10만명당 주차 공간이 3.6개에 불과합니다. 그야말로 '주차지옥'을 경험하기 좋은 곳인 셈입니다. 이외에도 강서(6.5개), 광나루(7.9개)도 주차공간이 부족한 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차에 골머리를 썩지 않으려면 꼭 확인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지난달 29일 뚝섬한강공원에서 치킨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 /사진=남궁민 기자

놀거리에서도 공원마다 차이가 큽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꼭 해본다는 '한강에서 치맥하기' 좋은 곳은 뚝섬입니다. 반경 1.5㎞ 내에 있는 치킨집이 무려 85개에 달합니다. 반면 주변 치킨집이 가장 적은 난지한강공원 주변에는 2곳에 불과했습니다.

지난달 29일 뚝섬에 가봤습니다. 음식을 전달받는 뚝섬유원지역 2번 출구 앞 천막에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출구를 나온 기자가 100m도 걷기 전에 받은 치킨집 전단지는 10장이 넘었습니다. '치맥의 성지'라고 할 만한 모습입니다.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보행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자전거족에게 사랑 받는 공원은 어디일까요. 자전거 도로의 길이가 가장 긴 공원은 뚝섬(18.5㎞)입니다. 길이가 긴 만큼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여의도는 4㎞에 불과해 방문객 수에 비해 턱없이 짧았습니다. 방문객에 비해 도로가 짧아 자전거가 보행로를 달리는 위험한 모습이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11개의 공원을 둘러보면서 여의도와 뚝섬 등의 인기에 가려졌던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시민들이 꼽은 가장 큰 문제는 몇몇 공원을 제외한 곳은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직장인 A씨는 "여의도, 반포, 광나루 등 강남권에 있는 공원은 도로나 주차, 대중교통 연결까지 뛰어나다"면서 "하지만 난지나 강서 같은 외곽 공원은 너무 교통이 불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뒤떨어지는 대중교통과의 연계도 아쉬움을 남깁니다. 많은 자전거족이 한강공원을 찾지만 현재 공원 내에 공유자전거 '따릉이' 대여소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1㎞ 이상 지하철과 떨어져 있는 공원으로 가는 보행로나 마을버스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연간 8000만명에 육박하는 방문객 수는 한강공원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광나루의 드론 공원, 난지의 캠핑장처럼 이제는 공원만의 경쟁력을 키우고 다양성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화려한 통계와 성공한 공원에 가려졌던 낙후된 공원을 돌아 볼 때가 아닐까요. '아픈 손가락'이 없는, 골고루 사랑 받는 11개의 한강공원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