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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777’이 ‘고등래퍼’들을 만났을 때

김리은 ize 기자 |입력 : 2018.10.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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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777’이 ‘고등래퍼’들을 만났을 때
“은서랑 베스트 프렌드 돼서 크레파스로 힙합 씬의 미래를 그릴 거예요.” Mnet ‘쇼미더머니 777’ 1화에서 스윙스가 15세 래퍼 최은서의 경연을 보고 한 말이다. 하지만 최은서가 스윙스와 함께 미래를 그려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최은서는 ‘쇼미더머니 777’에서 ‘나는 돈 자랑 안해, 여자라곤 개뿔 / 요즘 내 맘에 더 많은 건 노란색 리본 / 진실은 안전하게 딛고 설 수 있는 유일한 토대란 걸 모르고 있어’라고 랩했다. 반면 스윙스는 2010년 래퍼 비지니즈의 앨범 수록곡 ’불편한 진실‘에서 ‘불편한 진실? / 너희는 환희와 준희 진실이 없어’라는 가사로 물의를 빚었다. 한국 남자 래퍼들의 ‘돈과 여자’에 대한 랩을 디스하고 세월호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10대 래퍼와, 디스를 위해 유명 연예인의 죽음과 그의 자녀들을 펀치라인으로 이용한 ‘쇼미더머니’ 프로듀서의 거리는 크레파스로 좁혀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스윙스가 최은서와 정말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싶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힙합씬과 사회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가진 래퍼를 ‘크레파스’를 쥐어줘야 할 아이 취급한다. 다른 프로듀서들 역시 최은서에게 “영재다”, “(가사 수준이) 15세가 아니다”라고 그의 나이에 집중할 뿐, 그가 담은 메시지나 실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하지 않는다. 최은서와 같은 15세이면서, 그와 정반대의 가사를 쓴 디아크에 대한 프로듀서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디아크와 상대방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SNS상의 스캔들과는 별개로, 그는 ‘쇼미더머니 777’에서 돈과 명예에 대해 랩했다. 지금까지의 ‘쇼미더머니’에서 많은 래퍼들이 했던 태도고, 무대 바깥에서 “무서운 사람이 없다”고 하는 자신만만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스윙스는 그에 대해 “힙합 마인드를 이해하고 랩을 해서 멋있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디아크가 팀 대항전에서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자, 또 다른 프로듀서 더 콰이엇은 공개적으로 “(내 팀에) 안 오셔도 된다”고 말했다. 또한 디아크가 결국 더 콰이엇의 팀에 합류한 뒤에 "자식 같다"며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팀 대항전에서 혼자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것에 대해 “좀 더 느슨하게 해도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디아크가 아직 어린 나이인만큼 그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조언한 것일 수도 있다.하지만 ‘쇼미더머니’는 디아크 이상으로 돌발 행동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래퍼들도 그만의 캐릭터로 받아들였다. 최은서의 가사를 칭찬하지만 그 가사가 ‘쇼미더머니 777’의 래퍼와 무엇이 다른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디아크의 랩 실력과 끼를 칭찬하면서도 그들이 용인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래퍼들이 랩으로 싸우는 이 프로그램에서, 15세 두 래퍼는 아이 취급을 받는다.

Mnet ‘고등래퍼’ 출신 오션검(최하민)이 ‘쇼미더머니 777’에서 보여준 태도는 ‘쇼미더머니’를 비롯, 한국 힙합씬이 10대 래퍼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고등래퍼’에서 ‘Osshun 이 행성엔 음악보다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그림 정말 많지만 / 내 생각 그려낼 수 있는 물감은 이것뿐이기에’ 같은 서정적인 가사와, 몽환적이고 멜로디컬한 랩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오션검은 ‘쇼미더머니 777’에서 '만약 2억이 생기면 난 바로 차를 사러간 다음 / 다 쓸어 담아야지 보석 차게 발가락까지 / let me see 비밀리 club 파티에 비키니 girls’라고 랩했다. 오션검은 ‘고등래퍼’ 출연 이후 스윙스가 운영하는 린치핀뮤직(저스트뮤직)에 입단했다. 그리고 ‘고등래퍼’ 당시 “자존감이 높은 친구라 (무대를) 세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던 스윙스는 ‘쇼미더머니 777’에서 오션검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카메라 앞에서 울어봐야 정신 차리지”라며 혹독한 태도를 취한다. 고등래퍼 시즌 2의 MC였던 넉살이 ‘쇼미더머니 777’에서 “성인이 되지 못한 래퍼를 수준을 깨지 못하면 그건 농익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쇼미더머니 777’, 또는 그들을 심사하는 프로듀서들은 10대 출연자들에게 그들 고유의 스타일을 인정하고 발전시키기보다 쇼에서 요구하는 스타일, 또는 그들 시각에서 바라본 실력의 기준에 따르기를 바란다.


“고등래퍼 출신 참가자는 아예 상대하지 않을 생각이다.” 래퍼 키드밀리는 ‘쇼미더머니 777'의 첫 화부터 '고등래퍼'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경연에서 ‘고등래퍼 솔까 걔네 노래 좋은데 걔네 노래 안에 마딘 누구 출처’라는 자신의 곡 'indiGO'의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고등래퍼 출연자들을 '방송인'이라 폄하하기도 했다. 키드밀리가 ‘고등래퍼’를 디스하는 배경에는 ‘고등래퍼’ 시즌 2의 우승자인 빈첸(이병재)이 자신의 플로우를 따라한다는 의혹이 있다. 그가 빈첸에 대한 불만을 디스곡으로 표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쇼미더머니’야말로 프로그램 시작부터 애초에 힙합의 몇몇 요소만 가져와 자극적으로 포장하는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쇼미더머니’ 출연 래퍼들이야말로 방송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드밀리가 빈첸 개인이 아닌 '고등래퍼' 출연자 전체를 디스하는 것은 결국 상대적으로 어린 출연자에 대한 폄하일 수 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indiGO'에는 ‘고등래퍼’로 인지도를 얻은 영비(양홍원)와 노엘(장용준)도 함께 참여했다. 두 래퍼가 스스로를 ‘고등래퍼’와 선을 그었다는 제스처다. ‘고등래퍼’의 인기는 ‘방송인’으로 얻는 것이고,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이나 영향력 있는 힙합 레이블에서 래퍼로 인정받으려면 프로듀서나 다른 성인 출연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래퍼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 때로는 자신이 인지도를 쌓은 프로그램을 부정하기도 해야 한다. 기존 래퍼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개성을 갖고 있던 10대 래퍼들은 '쇼미더머니'를 통해 기존 래퍼와 프로듀서들이 원하는 것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 된다.

‘쇼미더머니'는 래퍼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명분으로, 래퍼들이 프로듀서 앞에서 공손하게 서서 심사를 받도록 했다. 심지어는 미국 래퍼 스눕독 앞에서 래퍼들이 탈락하지 않기 위해 마이크를 서로 빼앗으며 싸이퍼를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고등래퍼’ 출신, 또는 최은서나 디아크 같은 10대 래퍼를 대하는 ‘쇼미더머니 777’의 방식은 ‘쇼미더머니’가 품고 있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새로운 재능이 나와도 ‘쇼미더머니’, 또는 프로듀서들이 원하는 정도로만 재단되고, 10대 래퍼들은 실력을 입증해 무대에 올랐지만 성인 래퍼와 동등한 자격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쇼미더머니 777’, 또는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와 래퍼들이 생각하는 힙합이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래야 그들이 시즌마다 반복하는 '돈과 여자’에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난해 ‘쇼미더머니 6’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소속사도 없이 우울증과 자아성찰을 주제로 랩을 쓴 우원재였고, 지난해 한국 힙합의 가장 중요한 곡 중 하나였던 ‘시차'는 대학 시절 그의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김하온은 ‘고등래퍼' 시즌 2에 이어 앨범 ‘TRAVEL: Noah’로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고, ‘쇼미더머니 777’의 경연곡들 중에서도 ‘Good Day’나 ‘사임사임’처럼 낭만적인 분위기의 곡들이 차트에서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시대는 바뀌고, 주인공도 바뀐다. ‘쇼미더머니’도 그 변화 속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어느덧 10대 래퍼들에게 그들의 기준을 요구한다. 힙합이라는 장르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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