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새로부터 ‘완벽한 외국어 구사’ 비밀 캔다

‘만 6세 이전 외국어 조기교육이 효과가 있을까?’ 교육계는 이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뇌 과학계도 어렸을 때 완벽하게 외국어의 구조·발음을 습득하는 어린이들의 놀라운 능력에 관심이 높다. 인간의 언어습득 매커니즘을 뇌 기능 부위와 연관지어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면 ‘영어 울렁증’ 극복은 물론 영어에 대한 압박감·스트레스 없이 모국어를 습득하듯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익힐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연구내용을 그림으로 간단히 도식화한 것/자료=한국뇌연구원

이런 가운데 한국뇌연구원 뇌신경망연구부 인지행동랩 고지마 사토시 책임연구원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에 발표한 논문 한편이 주목을 받는다.


16일 뇌연구원에 따르면 고지마 책임연구원의 논문은 아기 새가 노래를 배울 때 비브라토(Vibrato)를 조절해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비브라토는 목소리를 상하로 떨리게 해 울림을 만들어 내는 기교다.

카나리아, 꾀꼬리, 금화조 등의 명금류(노래하는 조류)의 수컷 아기 새는 아빠 새의 노래(지저귐)를 듣고 따라하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노래하는 법을 배운다. 이때 관련 뇌 영역도 함께 발달하는데 이 과정이 과학자들은 인간의 언어 및 외국어 학습과 관련한 뇌의 메커니즘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지마 책임연구원은 금화조의 노래를 분석, 어린 금화조가 노래를 배울 때 비브라토를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며 정확한 음정의 노래를 배우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아기 새는 비브라토의 시행착오와 연습을 거쳐 얻어낸 최상의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암컷을 유혹했다”며 “실제로 수컷 새가 단독으로 발성연습을 할 때는 비브라토가 크지만 암컷에게 구애할 때는 비브라토가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아기 새가 대뇌 기저핵에 있는 신경회로를 이용해 비브라토의 크기를 조절한다는 사실도 함께 밝혔다. 대뇌 기저핵은 척추동물의 전뇌에 위치하며 운동·학습·인식 등과 관련있는 부위다.

연구팀은 “인간의 영·유아도 아기 새처럼 비브라토와 같은 흔들림을 사용해 음성패턴을 발달시켰을 것”이라며 “어릴 때 외국어의 구조와 발음을 성인보다 빠르게 습득하는 비밀과도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고지마 사토시 한국뇌연구원 뇌신경망연구부 책임연구원이 명금류 사육실(실험실)에서 어린 금화조 새를 관찰하고 있다/사진=한국뇌연구원

고지마 박사는 “대뇌 기저핵은 인간의 언어습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위”라며 “새의 노래학습을 통해 인간의 언어습득의 비밀을 풀고, 성인이 되어서도 외국어를 완벽하게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아기 새가 성장하면서 발성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억제하는 약물을 연구하고 있다.